이민단속국(ICE) 요원들이 현재 미 전역 14개 공항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명목은 교통안전청(TSA) 지원이지만 항공기를 타는 이민자들은 불안하다. 실제 체포된 사례들도 있다. 항공기 탑승은 일상적인 이동 수단이지만 이민자들에게 공항은 점점 더 긴장과 불안을 느끼는 공간이 되고 있다.
한인 이민자 권익 운동을 펼치는 전국 단체인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는 최근 이민자들이 항공기를 이용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주의 사항과 대처 요령을 발표했다.
핵심적인 조언은 디지털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휴대전화나 노트북에 저장된 정보를 아예 삭제하거나, 여행용으로 별도의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여의치 않으면 최소한 전원을 끄고, 생체 인식 기능(지문이나 얼굴 인식)을 해제해야 한다. 비밀번호는 길고 복잡하게 설정하고, 소프트웨어는 최신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해외를 오가는 경우 상황이 더 까다롭다.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출입국 과정에서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한다. 시민권자는 입국 자체가 거부되지는 않지만, 전자기기를 압수당하거나 장기간 빼앗기는 것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기기 안에 민감한 정보가 남아 있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때는 기기 전원을 꺼두는 것이 효과적인 보호 방법이다. 종이 탑승권과 여행 서류를 준비해 두면, 휴대전화를 켜거나 잠금을 해제할 필요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작은 준비 하나가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또한 모든 여행자는 자신의 권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 침묵을 지킬 권리, 변호사와 상담할 권리, 어떤 서류에도 서명하지 않을 권리, 그리고 부당한 수색과 압류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는 기본이다. 하지만 이 권리들은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상황에서 침착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미리 익혀둬야 한다.
특히 서류미비자의 경우 항공 여행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개인의 상황(추방령 여부, 비자 진행 상태, 과거 기록)에 따라 위험 수준은 크게 달라진다. TSA와 ICE 간 정보 공유도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여행 전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모든 상황은 단순한 행정 변화가 아니다. 현재 공항은 인력 부족과 긴 대기 시간 문제를 겪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ICE와 CBP에 막대한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려 하고 있다. 그 결과 공항은 점점 더 ‘통제와 감시’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공항에 ICE를 배치하는 것은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포를 이용한 통제 방법이다. 여행자들에게 위축감을 주고, 반이민자 정서를 강화하며,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공항에서의 이민자 체포 통계는 정부가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트럼프 정부 2기 집권 이래 단 5개월 동안 영주권자 1484명이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시라큐스대 연구소가 조사해 밝혔다. 합법 신분을 가진 이민자가 하루 평균 10명 가까이 미국에서 쫓겨난 셈이다.
이제 항공 여행은 단순히 항공기에 오르는 행위가 아니다. 이민자들에게는 자신을 보호하고, 권리를 지켜야 하는 과정이 되었다. 국내선도 방심할 수 없다. 공항은 이제 단순한 이동 공간이 아니라 이민자들을 단속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