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 들어가지 않고 살아온 한국 남자들도 늙어가며 배우자가 아프거나 여행을 가거나 사별하게 되면, 부엌에 들어가서 음식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아씨나 H마트의 반찬 코너가 큰 도움이 된다. 김치, 나물무침, 각종 국, 요리된 생선과 육류는 물론 떡과 묵, 전까지 다양하게 판다. 한국 음식점들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가끔 투고 음식 한 개로 두 끼니가 해결되기도 한다.
부인을 사별하고 혼자 사는 두 친구에게 어떻게 식사를 해결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두 분 다 음식점과 반찬 가게를 이용하고, 전기밥솥도 활용하면서, 때로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었다.
한 분은 아침 식사로 채소와 과일을 믹서에 갈아 우유와 섞어 마시고, 떡 한 조각과 계란 프라이 하나를 곁들여 먹는다. 당근, 블루베리, 딸기 등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계절에 따라 선택하는데, 요즘 나오는 믹서는 사용이 간편하고 청소도 쉬워 편리하다고 한다.
또 다른 분은 조기구이를 즐긴다. 조기 철에 알이 밴 조기를 사다가 내장과 비늘을 손질해 망에 넣어 집 밖에서 말린 뒤 냉동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한 마리씩 꺼내 구워 먹는다. 프라이팬에 두부를 썰어 넣고, 물에 씻은 김치를 썰어 넣어 두부전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조기구이와 두부전은 부인이 즐겨 만들어 먹던 음식이라 혼자서도 그 맛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아내가 장모님을 뵈러 한국에 간 동안, 나 역시 임시 ‘홀아비’가 되어 스스로 식사를 만들어 먹었다. 예전에 미국에 와 혼자 자취하던 시절부터 오랫동안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 왔기에 요리에는 익숙하지만 조금은 나만의 방식이 있다.
아침 식사는 좀 특이하다. 브로콜리, 당근, 토마토를 씻어 적당량 가위로 잘라 사기대접에 담는다. 여기에 밥 몇 숟가락과 약간의 소금을 넣고 물을 부은 뒤, 강황가루와 생강가루를 한 티스푼씩 넣어 잘 섞는다. 이것을 전자레인지에 5분 돌린다.
다른 그릇에는 껍질을 깐 삶은 계란 한 개, 사과 반쪽, 피망을 썰어 넣고, 아몬드와 호두를 한 줌씩 더한다. 이것을 전자레인지에서 꺼낸 사기대접에 부어 토마토케첩과 올리브오일을 적당히 넣어 섞으면 아침 식사가 완성된다. 재료들이 늘 준비 되어있어서 10분 안에 식사를 완성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북엇국과 동태조림은 반찬 가게에서 사다가 냉장고에 두고 먹는다. 북엇국에 동태조림에서 건져낸 동태 두 조각을 넣고, 전기밥솥에서 잡곡밥을 한 주걱 떠 넣는다. 여기에 썬 케일을 한 줌 넣어 섞은 뒤 전자레인지에 3분 데워 점심이나 저녁으로 먹는다. 나는 통풍이 있어 퓨린이 많은 육류 식재료는 피하고 연어나 동태를 선호한다. 요구르트에 피스타시오와 호박 씨를 넣어 섞어서 점심으로 대신할 때도 있다.
가끔은 메밀국수로 점심을 대신한다. 냄비에 연어나 동태 조각, 김치나 무채를 넣고 물을 부어 끓인다. 냄새를 줄이기 위해 문을 연 차고에서 끓인다. 물이 끓으면 메밀국수를 1인분보다 조금 적게 넣고 익힌 뒤, 마지막에 케일을 넣어 섞은 다음 그릇에 담아 물을 따라내면 간단한 한 끼가 20분 안에 완성된다.
메밀은 밀가루보다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단백질이 더 풍부하며, 루틴이라는 항산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또한 글루텐이 없어 염증 반응이 적고, 식이섬유가 많아 장 건강에도 좋다는 글을 읽은 뒤로 나는 밀가루 국수보다 메밀국수를 더 즐겨 먹게 되었다.
식당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식사할 때 브로콜리 접시에는 손을 대지 않는 분들을 종종 본다. 브로콜리는 암 예방, 노화 방지, 혈관 건강, 항산화 작용, 장 건강에 좋은 채소로 알려져 있지만 낯설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기도 한다.
나 역시 배고픈 시절 즐겨 먹던 밥, 김밥, 떡, 짜장면, 짬뽕, 라면, 고구마, 감자 같은 고탄수화물 음식에 익숙했지만 지금은 의식적으로 그 양을 줄이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계란, 연어, 명태, 가자미 같은 단백질 식품과 브로콜리, 케일, 피망, 당근 같은 채소, 그리고 아몬드, 호두, 피스타치오 같은 견과류로 식단을 바꾸었다.
음식 습관을 바꾸기 어려워하는 분들 중에는 연속혈당측정기를 팔에 붙이고 식사할 때마다 혈당이 산처럼 오르는 모습을 핸드폰에서 직접 확인한 뒤 식습관을 바꾸는 경우도 보았다. 귀로 들어서 아는 정보보다 직접 경험하거나 옆에서 보면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음식도 시도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된다.
세 남자 노인들이 각자 만들어 먹는 음식들이 서로 많이 달랐다. 하지만 변하는 자신과 세상에 적응하려 음식도 변하되 각각 다르게 변하고 좋은 전통은 살렸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은 변화된 음식의 영향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먹는 것이 바로 나다(You are what you eat) 라는 속담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