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어머니?” 토니는 사무실 한쪽에서 전화를 받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의 소리들—키보드 소리, 복사기 돌아가는 소리—그 사이로 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토니… 차 사고가 났어.” “어머니가요? 운전하시다가 요?” “골목에서 나오는데… 차가 와서 받았어.” 토니의 심장이 순간 움켜쥐듯 죄어들었다. “엄마, 다치진 않았어요?” “사람은 안 다쳤는데… 차는 많이 망가졌어. 경찰을 불렀어. 지금 기다리는 중이야.”
전화가 끝나자마자 토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사에게 양해를 얻고 사무실을 나와 차에 올라탔다.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경찰차의 붉고 푸른 불빛이 낮의 공기 속에서도 번쩍이고 있었다. 경찰은 이미 도착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토니는 가장 먼저 어머니를 찾았다. 다행히 어머니는 다친 데 없이 서 있었다. 옆에 서 있던 다른 한국인 여성도 다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차는 말을 하지 못할 만큼 처참했다.
어머니의 렉서스—앞 왼쪽이 무너져 내린 듯 깨져 있었고, 상대 차량—새 렉서스—는 오른쪽 앞에서 뒤까지 깊게 찢겨 있었으며, 뒤 범퍼는 떨어져 뒤로 벌어져 있었다.
“교회에서 나오다가 우회전하는데… 옆에서 차가 달려와서 부딪쳤어.” 어머니의 설명은 짧았고,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상대편 여성은 달랐다. “도로를 따라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골목에서 차가 튀어나왔어요. 그대로 옆을 치고 그 자리에 섰어요.”
곁에 있던 사고당한 부인의 남편이 말을 보탰다. “보세요. 이건 증거입니다. 골목에서 나온 차가 먼저 나왔으면 뒤를 쳤어야 하고, 늦게 나왔으면 접촉이 안 났겠죠. 그런데 이렇게 앞에서 뒤까지 긁혔다는 건… 못 보고 나온 겁니다.” 그의 말은 또렷했고 토니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차… 결혼 45주년 기념으로 산 새 차입니다.”
그 순간, 토니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두 달 전 자신의 사고가 생각났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테슬라 자율주행. 실수하지 않을 거라 믿었던 기술. 그런데 골목에서 불쑥 튀어나온 차가 그의 차를 들이받았다.
결과는 폐차. 그리고 아직도 욱신거리는 오른쪽 어깨. 그때 상대 운전자는 90세의 한국 노인이었다. 에어백이 터져 큰 부상은 피했지만, 그 사고 이후 그는 운전대를 놓았다.
토니는 그때 깨달었다. 아무리 완벽한 기술도, 아무리 조심하는 운전자도, 세상에는 피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술에 취한 운전자, 저혈당으로 순간 의식을 잃는 사람, 그리고 늙어버린 몸이 반응을 따라가지 못하는 노인들.
그런데 그때는 자신이 피해자였다. 지금 그는 가해자의 아들이었다. 그것도, 혼자 사시는 늙은 어머니의.
잠시 후 경찰이 다가왔다. 두 여성에게 면허증과 보험 서류를 건네받고, 사고 경위를 들은 뒤, 차로 돌아가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건 사고 보고서 확인 방법입니다. 보험회사에 사고를 알리세요. 보험회사들끼리 문제를 해결해 드릴 겁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교통 법 위반 워닝 티켓을 건넸다.
토니는 어머니를 조심스럽게 사고 낸 차에 태웠다. 집까지 모셔다 드린 뒤, 다시 우버를 타고 자신의 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직장으로 돌아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혼자였다. 그래서 둘째 아들인 토니가 와서 함께 부모님들이 살던 집에 살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여든이 넘었지만 여전히 건강했다. 자동차 사고는 여러 번이었다. 어머니의 교통사고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신호등 없는 교차로. 멈추고, 보고, 판단해야 하는 그 순간. 그 짧은 순간이 점점 길어지고, 흐려지며 생긴 사고들이었다.
그날 저녁, 토니는 타주에 멀리 사는 형과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론은 단순했다. 이제 운전은 그만하셔야 한다. 우버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비용은 우리가 낸다. 누군가는 테슬라 자율주행을 이야기했다.
토니는 전화를 끊고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식당에 예약을 했다. 운전을 계속하다가 사고 나면 어머니 자신도 위험하지만 피해자들을 생각 하실 수 있을까? 귀한 아들인 토니가 90살 먹은 노인의 운전 실수로 죽을 뻔한 사실을 기억하며, 어머니도 운전을 계속한다면 실수로 다른 귀한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실까? 어머니는 어떻게 반응하실까 궁금했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