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속에 원자 같은 나의 존재… 그 미세한 움직임으로 나는 지금 이 곳까지 이동해왔다. 사계절의 변화가 나에게 시간의 흐름을 알려준다.
앨라배마의 작은 도시 몽고메리, 음악시간에 배웠던 19세기 미국 남부를 상징하는 노래 ‘오 수재너’를 연상하며 설레임과 긴장을 한 가득 안고 처음 발걸음을 내딛은, 멀고 먼 남쪽의 몽고메리를 나는 지금 그리워한다.
몽고메리 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현지인 운전기사가 내 이름이 적힌 포스터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난 그 날 학교셔틀버스에 탄 유일한 학생이었다. 그 아저씨는 운전하는 내내 졸고 있는 나에게 한 번씩 말을 건넸는데 나에게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의 언어로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까만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큰 건물을 가리키며 저기가 자동차공장이라고 내가 잠을 깰 수 있게 크게 말해주었다.
비몽사몽 중에 그 아저씨는 나를 학교 근처 모텔에 내려다 주고 가버렸다. 난 그 순간 국제 미아가 된 것처럼 어두운 모텔 방안에서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인생이 펼쳐진다고 생각하니 머리속이 하얘졌다. 긴 비행시간으로 지친 나는 무사히 첫날 밤에 바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을 먹기위해 모텔 로비에 갔다. 이 지역 근처 사람들로 보이는 투숙객들이 나의 동선을 지켜보고 있었다. 난 호텔아침 메뉴에서 인기 템인 와플이 먹고 싶어서 와플 기계에 가서 그들과 같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이방인으로 낯선 느낌을 받으며 속으로 와플은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굳건히 차례를 기다렸다. 앞사람이 하는 걸 보고 곁눈질로 기계의 작동을 익히며 뒤통수의 시선을 느끼면서도 붉어진 얼굴을 신경 쓸 틈도 없이 와플을 만들었다. 마치 세계지도에서 우리가 잘 모르는 아주 작은 나라의 시골 마을에 와 있었던 느낌이었다. 이틀이 지나고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캠퍼스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곳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바쁜 학교 생활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졸업을 했고 운 좋게 몽고메리에서 취업도 하게 되었다.
이 남쪽나라에 얼마나 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저 하루하루를 바쁘게 열심히 살고 있었다. 어느덧 난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친밀감을 쌓아가고 베스트프랜드 수를 늘려가고 있었다. 억양이 강한 남부 특유의 방언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내가 이제는 그네들의 억양을 흉내 낼 줄 알고 남부 사투리를 아주 잘 따라하는 남부 토박이 외국인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든 정을 붙이고 살면 그곳이 그리운 고향이 되듯 나의 첫번째 터전이 되어준 앨라배마는 내 인생에 많은 의미로 와 닿았다.
하지만 사는 터전과 사람과의 인연에도 유효기간이 존재하듯 난 첫번째 나의 고향을 뒤로 하고 제2의 고향이 될 수 있는 곳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몽고메리의 베스트 프랜드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따듯한 온정과 그리움을 안고 길을 떠나와야만 했다. 현지인 친구가 된 리얼터 아줌마는 나의 동네친구이자 든든한 현지인 친구였다. 마지막으로 우린 동네에서 인기 있는 라이브밴드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그녀는 빨간색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고 왔다. 남부의 대표음악인 컨트리음악이 연주되자, 그녀는 흥이 나서 밴드 앞에 나가서 리듬을 타며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난 무대 쪽에서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 그녀의 빨간색 스웨터를 빤히 바라보며 공항에 도착한 날 나를 반기던 그 운전기사 아저씨를 떠올렸다.
몽고메리의 삶을 마무리하게 되면서 첫날 이 낯선 땅을 딛게 된 순간을 떠올리며 그동안 지냈던 18년이란 세월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 난 이 지구상의 작은 존재이지만 나의 이 움직임은 분명 나만의 우주속에서 성장과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이다. 자연의 변화와 공간의 이동,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삶의 페이지가 되어 쌓여가고 있다. ‘오 수재너’의 가사말처럼 주인공이 밴조를 매고 수재너를 찾으러 앨라배마로 돌아가듯이 언젠간 나도 베스트프랜드 수재너를 만나러 남쪽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난 아직도 나의 밴조를 가슴에 안고 유목민처럼 이동을 준비한다. 이 우주속에서 빛을 내기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