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월드컵이 11-12일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북중미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이번 월드컵은 사상 최초 48개국 참가, 3개국 공동 개최를 통해 ‘역사상 가장 크고 가장 포용적인 월드컵’으로 불린다. 12일 미국 개막식이 열리는 LA는 소파이 스타디움을 단장하고, 한인타운은 응원전을 준비하며, FIFA 팬 페스티벌은 글로벌 푸드와 라이브 공연을 예고한다.
그런데 이 거대한 환영의 무대 위에 초대받지 못하는 국민들이 있다.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아이티, 이란 등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나라들이다. 중동, 아프리카 축구 팬들은 자국 대표팀의 경기를 관람하려 미국 땅에 오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을 ‘위험 국가’로 지정하고 비자 제한, 입국 금지, 최대 1만5000달러의 비자 보증금 요구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국이 허용된 국가 사람들도 미국 비자를 받기 쉽진 않다. 이민국은 월드컵을 앞두고 ‘FIFA 패스’라는 제도를 도입해, 비자 신청 절차를 빠르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5월말 기준 신청자는 약 1만6000명에 불과하다. 이민정책연구소의 아리엘 루이스 소토는 “비자가 필요한 전체 방문객 규모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라고 했다.복잡한 절차와 강화된 심사가 여전히 장벽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 불안한 것은 미국에 입국해 입장권을 손에 쥔 뒤의 일이다. 축구 경기장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클럽월드컵 결승전 당시, 한 망명신청자가 자녀들과 경기를 보러 갔다가 ,주차장에서 ICE(이민세관단속국)에 체포돼 추방됐다.
이민 인권단체들은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ICE 단속을 중단하는 이른바 ‘ICE 휴전’을 요구해왔다. 올림픽 기간 분쟁 중단을 촉구하는 ‘올림픽 휴전’ 개념을 빌려온 것이다. “전쟁도 잠시 멈추는데, 이민 단속은 멈출 수 없느냐”는 물음이다.
물론 ICE는 월드컵 기간 동안 대규모 단속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NAACP 자말 왓킨스 부회장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이민국은 과잉 단속, 체포를 벌이며 가족들을 따로 체포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휴먼라이츠워치( Human Rights Watch) 캐서린 라 푸엔테 코디네이터는 “이미 월드컵 개최도시 이민자 커뮤니티 안에서 아이들이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고 가족들이 집 밖으로 나가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고 전했다.
월드컵, 올림픽은 “스포츠는 세계인의 잔치이며, 정치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월드컵이 미국에서 열리는 점, 특정 국가 국민은 입장할수 없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정치적 결정이다. 공을 차는 것은 스포츠일지 모르지만, 그 경기를 보러 오는 것은 이미 정치의 영역에 놓여 있다. 정말 ‘세계인의 축제’가 되려면, 먼저 전세계인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