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영의 살며 배우며] 기도 제목의 자녀들

동료 교수 빌을 체육관에서 만나,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방학 동안에 손자 손녀들 만나보는 이야기를 나눴다. 은퇴 전 일 할 때였다. 그는 전문직을 가진 둘째 아들과 셋째 아들 가족이 모이는 세인트루이스로 가서, 손자 손녀들 만나볼 기쁨을 이야기하는 중, 연방 감옥에 수감된 첫째 아들이야기도 했다.

첫째 아들은 해군에 갔다가 킥아웃 되고, 앰뷸런스 운전 하다가도 킥아웃 되고, 감옥을 들락거리다 연방감옥에 있다고 했다. 앰뷸런스 운전 할 때 손녀가 생겼다. 애기 엄마가 떠나고 그들 부부가 손녀를 아기 때부터 성인 여인으로까지 기르니, 한번씩 만나는 손녀들과 다르다고 했다. 많은 기도가(lots of prayer) 필요한 큰아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라고 했다.

“오늘 G식품점 마당에서 X장로님 아들이 쇼핑-카트-보이 하는 걸 보고 놀랐어!” 몇 가족이 식사할 때 식당 저쪽 여자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고등학교 졸업 때 발래딕토리안인가 뭔가 한 그 애가요?” “어, MIT에 다니다가 퇴학 맞은 XX 이야기 군.” “그래서 장로님 부부가 매일 새벽기도를 다녔대!” “얼마나 상심되시겠어! 아들 새 출발을 위해서도 하나님의 자비를 기원해야지!” 나도 아는 의사이기도 한 장로님과 그의 아들이야기였다.

오래 살아온 동네 한인 가정들의 자녀들을 돌아보았다. 딸만 셋인 가정에 세 딸이 전부 의사가 된 가정이 있는가 하면, 두 아들이 전부 지적 장애 때문에 정부 기관 보호를 받는 가정도 있다. 그 외 많은 가정의 자녀들은 빌네 아들들처럼, 사회에 적응 잘하는 자녀들과 적응이 어려운 자녀들이 섞여있다. 부모들이 미국에서 전문직으로 잘 적응 하는 나의 이웃들의 자녀들만 살펴보아도 그렇다.

노벨 문학상을 탄 극작가 버나드 쇼에게 인기절정의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이 자기와 같이 뛰어난 용모의 여자와 당신처럼 뛰어난 자질의 남자가 결혼해 2세를 낳으면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며 구혼 편지 보냈을 때, “나처럼 못생긴 용모에 당신처럼 멍청한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지 않겠소” 라고 거절 한 일화도 있다.

자녀들이 가정에 태어나는 것이 윷판에 윷놀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딸들이 전부 의사가 된 가정은 윷을 세 번 던졌는데 세 번 다 모가 나오고, 두 아들 다 정신 지체를 가진 가정은 두 번 던진 윷판이 모두 도가 나온 것 같이도 생각된다. 윷판에서 모나 윷이 나올 확률은 각각 1/16이다. 도나 걸이 나올 확률은 각각 4/16, 개가 나올 확률은 6/16 이다. 겉과 안 두 가능성 가진 네 쪽의 윷이 만들 수 있는 총 조합은 16이다.

아기가 생길 때 엄마 알의 23염색체와 아빠 정자의 23염색체가 결합하여 23쌍의 새 염색체를 만들어 아기를 만들 때, 정자와 난자의 유전자가 다르게 만날 가능성의 범위는 얼마나 될까? 인체생리학 의대 교과서에 찾아보니 8백만이라고 한다. 윷판에서 겨우 1/16 확률인 모를 치는 것도 어려운데, 난자와 정자 결합에서 8백만 가능성 속에 우수한 부모라도 그들의 우수한 유전자의 결합의 확률은 복권 당첨보다 더 어렵지 않을까?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고난의 고비고비를 옆에서 보며 부모능력으론 도울 수 없어, 신에게 간절한 기도를 해보지 않은 부모가 있을까? 자녀들이 어려움을 벗어났을 때나, 고비를 넘겼을 때, 바라는 바를 이뤘을 때도 감사 기도를 한다. 출생에서부터 부모의 능력이 미칠 수 없는 신비한 질서를 따르는 자녀들, 부모에겐 기적적인 선물이며 기도제목이다.

자녀의 타고난 가능성을 무시한 부모의 야심과 욕심이 자녀들 사회적응에 문제를 만들기도 하고, 자녀 실패의 숨은 원인을 모른 체 부모의 잘못된 교육 탓으로 자책하는 분들도 있다.

유전자 난치병이 있는 남편의 동의를 얻어 젊은 부인이 정자 기증할 남자를 SNS를 통해 찾아 임신한 사건이 최근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동경 대 졸업, 미혼, 일본인이 정자 기증자 조건이었다. 여자 배란 일에 맞추어 임신 될 때까지 십여 차례의 성행위로 임신되었다. 아이가 출생되자 아이는 정부 보호소에 보내지고, 정자 기증자 상대로 약 300만 달러의 손해 배상 소송이 벌어졌다. 기증자가 동경 대 출신도, 미혼도, 일본인도 아니라는 이유다. 출생된 아이가 많은 기도가 필요한 조건 때문이 아닐까? 기증 조건이 다 맞았어도 그런 아이가 출생될 가능성은 비슷하지 않을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별난 새로운 문제들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