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의 커뮤니티광장] 체로키 카지노와 아메리카 원주민 투표권

가을의 녹음이 짙어지면서 많은 한인들이 단풍놀이를 떠나고 있다. 가장 인기있는 단풍놀이 여행지는애팔래치안 산맥, 특히 체로키 카지노일 것이다. 관광과 도박을 즐길수 있는 이곳은 동부 체로키 인디안 부족(Eastern Band of Cherokee Indians)의 땅이다.

한인사회에는 체로키 족 등 아메리카 원주민(Native American, 일명 인디안)에 대해서는 많은 오해와 잘못된 정보가 퍼져 있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미국법과 다른 별도의 법을 적용받는다든지, 세금을 내지 않는다든지 등이다. 노스 캐롤라이나주 체로키 카지노와 관련해서, 인디안들은 과거 학대에 대한 보상으로 카지노와 자치권을 보장받지만 투표권이 없다든지 등등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볼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체로키 등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거주지가 연방정부로부터 고도의 자치권(sovereignty)을 보장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치권을 부여받은 이유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콜럼버스 이전부터 수천년 동안 미국 대륙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17세기 영국의 탄압을 피해 미국 대륙에 이민온 백인 이민자들은 생존을 위해 원주민 부족과 지속적으로 협상하고 교류했고, 미국이 건국된 후에도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원주민 부족을 각각의 ‘유사 국가’로 인정하고 끊임없이 협상, 협약을 맺었다.

그런 전통이 현재의 인디안 보호구역(Indian reservations), 또는 국내 주권 국가(Domestic dependent nation) 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원주민들은 어느정도 각자의 법과 법원, 정부를 유지할수 있게 됐다. 1997년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체로키 카지노가 생긴 이유도, 체로키 부족이 연방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주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상한 끝에 자신들의 땅에 카지노를 유치한 것일 뿐이다. 체로키 부족은 카지노 수익을 통해 원주민 문화를 보호 장려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투표권이 있다. 미국 시민권과 부족 시민권을 가진 이중국적자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러나 원주민들이 헌법으로 보장된 투표권을 오랜 기간 동안 탄압당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남북전쟁 후 미의회는 1866년 수정헌법 14조(Fourteenth Amendment)를 통해 모든 미국 출생자의 시민권을 인정했지만, 각 주정부는 “미개한 족속들을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일수 없다”(미시간주 상원의원 제이컵 하워드)며 원주민들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이 공식적 시민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반세기 후인 1924년 인디안 시민권법(Citizenship Act of 1924) 통과 후였으며, 투표권은 흑인 민권운동의 결과물인1965년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 of 1965)으로 획득하게 된다.

아메리카 원주민 유권자는 미국 전체 1%에 불과하지만, 일부 주에서는 선거의 승부를 결정하는 표(swing vote)로 각광받고 있다. 예를 들어 알래스카의 리사 머코우스키(Lisa Murkowski), 몬태나의 존 테스터(Jon Tester) 상원의원은 원주민 표심 덕분에 당선되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주민들이 투표하기에는 아직도 장애물이 많다. 원주민 보호구역에 유권자 등록 장소 및 투표소를 적게 설치하거나, 우편투표용지를 발송할 우체국이 부족하거나 등의 문제다. 원주민 권리 펀드(Native American Rights Fund, NARF)의 재클린 드 레온(Jacqueline De Leon) 변호사는 “각 주정부는 아직도 원주민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투표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애리조나 주는 지난해 연방의회 2지역구를 선거구 재조정(redistricting)했는데, 원주민들은 야바파이 부족(Yavapai County) 인구 상당수가 배제됐다며 반대하고 있다.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주도 있다. 알래스카(Alaska) 주는 선거구 재조정 과정에서 위원회 위원 5명중 2명을 원주민으로 임명했다. 노스 다코타(North Dakota) 주 중간선거에는 현재 10여명의 원주민들이 후보로 나섰다.

이제부터 가을마다 단풍놀이를 갈 때마다 그곳에 살거나 살았던 원주민들의 역사에 한번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원주민은 원래 미국땅의 주인이며, 우리와 같은 소수민족으로서 비슷한 역사와 아픔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