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집권 이후 여러 단체와 국가를 대상으로 ‘행정명령’을 발부하고 있다. 망명자 이민 신분 취소, 하버드 등 명문대학 비자 취소와 예산 삭감, 연방정부 공무원 해고 등 행정명령의 대상도 다양하다. 수많은 트럼프 행명정령 가운데 한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중 하나는 성소수자(LGBTQ)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성전환자의 스포츠 경기 출전 금지,” “미군내 성소수자 군인 축출” 등 성소수자를 타겟으로 한 행정명령 4건을 발령했다. 또한 2024년 선거 기간 동안 성소수자를 공격하는 광고에 2억1500만달러의 예산을 집행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은, 미국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성소수자 권익옹호 단체 글래드(GLAAD)와 LGBTQ폭력감시기구의 보고서는 충격적인 현실을 드러낸다. 지난 1년간 932건의 반LGBTQ 사건으로 84명이 부상을 입고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루 평균 2.5건의 반LGBTQ 사건이 발생하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정치권의 성소수자 폭력과 차별은 제도적 차원에서 정당화되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공립학교에서 LGBTQ 관련 도서 1만여 권이 금서로 처리되고, 트랜스젠더 아동의 성전환 치료를 제한하는 법안이 각 주정부에서 연이어 통과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과 정치적 수사가 만들어낸 이 긴장 상태는 특히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 집중되고 있다. 말 그대로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문화전쟁’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내 성소수자는 위축되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LGBTQ 성인 중 약 3 분의 2(68%)가 성적 지향 또는 성별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을 직접 경험했으며, Z 세대 LGBTQ 성인의 84%는 향후 1 년 안에 폭력이나 위협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데이시 레인보우(They See Rainbow) 창립자인 아루나 라오는 “LGBTQ 사람들의 높은 우울증, 불안, 자살 시도율은 정체성 때문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차별과 낙인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체성 자체가 아닌, 그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위기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이 주장하는 LGBTQ 등 성소수자 문제가 한인을 비롯한 미국인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애매하다. 한줌도 되지 않는 트랜스젠더가 스포츠 대회 참전 금지된다고 우리 생활에 뭐가 달라지는지, 그렇지 않아도 병력이 모자란 미군에 개인의 성적 취향을 물어보고 내쫓는 것이 국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은 성소수자 인권 논쟁이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고, 혐오 표현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한인 언론인 헬렌 지아(Helen Zia) 씨가 “인간의 다양성과 존엄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념적 대립이 아닌 인간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다.
우리 사회 성소수자는 미국의 적이 아니다. 미국은 모든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나라여야 한다.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이 폭력과 혐오로 비화되기 전에 우리 한인사회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대화와 이해의 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