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사망)의 성범죄 공범으로 20년형을 받고 복역중인 그의 옛 연인 길레인 맥스웰(63)이 최근 법무부 부장관과 면담한 후 수감생활이 매우 편한 기숙사식 수용소로 이감된 데 대해 미국에서 의혹과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7일 NBC뉴스에 따르면 맥스웰은 최근 텍사스주 브라이언에 있는 기숙사식 수용소로 이감됐으며, 이 시설을 관리하는 ‘FPC 브라이언’(FPC Bryan) 측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이 캠프의 재소자는 전원 여성이며 대부분 비폭력 범죄와 화이트칼라 범죄로 복역중인 이들이다.
미국 연방교정국(BOP) 교정시설 분류 기준에 따르면 브라이언 수용소는 경비 등급이 5개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최소경비시설’이고 재소자 숙소가 기숙사식인 ‘연방교도소캠프’(FPC)다. 리조트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FPC는 담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제한적이고, 재소자 대비 교도관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감 전에 맥스웰이 있던 곳은 플로리다주 탤러해시 소재 ‘저경비 연방교정기관’(Low-security FCI)으로, 2중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교도관 비율도 높았고 남녀가 섞여 있었다.
FPC 브라이언을 포함한 지역의 연방교도소 직원 노조 부위원장인 조시 레퍼드는 NBC 인터뷰에서 재소자라면 누구나 브라이언 수용소에서 복역 기간을 보내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럽 페드’라는 말 들어 봤느냐. 여기가 그런 곳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클럽 페드’는 유명 휴양관광 업체 ‘클럽 메드’의 이름에서 ‘메드’ 대신에 ‘연방교도소’라는 뜻의 ‘페드’를 넣은 말로, 재소자들이 마치 휴양 관광지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처럼 편하게 복역함을 비꼬는 말이다.
BOP 전현직 직원들만 철저한 신원확인을 거쳐 가입할 수 있는 페이스북 커뮤니티에는 “BOP 퇴직자로서 구역질이 난다”, “언제부터 성범죄자들이 캠프(FPC)에 들어갈 수 있게 됐느냐”, “누구를 꼰질렀는지는 내가 알 바 아니고, 그 여자(맥스웰)는 인신매매범” 등 글이 올라왔다고 NBC 뉴스는 전했다.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이감은 이달 초에 이뤄졌으며, 그 1주 전쯤인 작년 24∼25일 맥스웰과 그의 변호인은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과 이틀간 9시간에 걸쳐 면담하면서 엡스타인 사건 관련자 약 100명에 관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이나 맥스웰과 맺었던 친분 등에 관해 맥스웰이 입을 다물어준 대가로 특별히 손을 써서 맥스웰을 편한 곳으로 옮겨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법무부나 백악관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기자들에게 얘기하면서 맥스웰 이감 전에 계획을 미리 알지 못했으며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주장하면서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BOP 기준에 따르면 맥스웰과 같은 성범죄자는 특별 면제조치를 별도로 받지 않는 한 FPC에서 수감생활을 할 수 없다고 NBC 뉴스는 지적했다. 이런 면제조치를 받으려면 재소자 분류와 형기 계산을 담당하는 BOP 내 센터장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BOP 감찰부장을 지낸 로버트 후드는 NBC 뉴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이감이 “사법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엡스타인과 맥스웰의 미성년자 성알선 피해자 3명과 그 가족은 이번 이감에 대해 “공포와 분노”를 느끼며 반대한다면서, 맥스웰이 미성년 아동을 성폭행하고 인신매매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