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전쟁의 총알보다 빈 밥그릇이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간다. 지금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비극이 그렇다. 한인들에게 성지 순례 지역으로 관심높은 이스라엘과 그 주변 지역. 그러나 이곳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6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중 1만 8천 명이 어린이다. 지금 가자를 위협하는 것은 폭탄이 아닌 굶주림이다.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국제법에서 금지하는 ‘굶주림 전술’이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단순한 식량 부족이 아니라 생존에 필수적인 모든 기반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다. 세계평화재단(World Peace Foundation)의 알렉스 드 왈(Alex de Waal) 사무총장은 “2023년 10월 7일 이전 가자의 영양·보건 지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현재 가자지구의 위기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위적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가자 지구의 일상은 완전히 무너졌다. 예전에 3달러면 살 수 있던 양파 1kg이 지금은 한 개에 3달러를 내도 구하기 어렵다. 시장 진열대는 텅 비었고, 온실과 농지는 폭격으로 사라졌다. 구호활동가이자 언론인 아피프 네슐리(Afeef Nessouli)의 증언은 참혹하다.
이곳에서 9주를 보낸 그의 증언에 따르면, 아이들은 플라스틱 통에 물을 받아놓고 돌멩이를 씹는 흉내를 내며 배고픔을 달래고 있다. 주민들은 하루 한 끼, 때로는 며칠에 한 번만 식사를 한다. 식량 배급소 앞의 현실은 더욱 참혹하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운영하는 ‘가자 인도주의 재단’의 배급소는 고작 4개에 불과하다. 이전에 유엔이 주도하던 시절에는 400개의 배급망과 공동부엌 체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수십 개도 남지 않았다. 트럭이 도착하면 수백 명이 몰려들고, 불과 10~15분 동안만 문이 열린다. 이 과정에서 8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통계도 있다.
굶주림은 단순한 생존 위협을 넘어 사회적 결속까지 파괴한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의 브두르 하산(Budour Hassan) 연구원은 “3살 아이가 배고파 울 때 먹을 게 없어 때려서 재웠다는 한 어머니의 증언이 있었다”며 “전통적으로 긴밀했던 가자 공동체가 식량 쟁탈로 무너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면 휴전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모든 경로와 관문을 통한 대규모 물자 유입이 즉시 이루어져야 하며, 아이들과 취약계층을 우선으로 한 현장 직접 배급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자금·의약품·농업 재건 장비를 동시다발적으로 제공하고, 병원·공동부엌·농지 복구를 지원하는 다층적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는 언제나 무고한 시민, 특히 어린이들이다. 가자의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동안 미국을 국제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식량은 생존의 기본권이며, 이를 무기로 삼는 행위는 인류에 대한 범죄다. 전쟁으로 파괴된 인프라와 농지를 복원하지 않는 한 가자의 식량위기는 영구화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닌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인도주의적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