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 손타이 라모스(Nory Sontay Ramos)는 LA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과테말라 출신의 그의 가족은 갱단의 괴롭힘에 시달렸고, 결국 노리는 8살 때 어머니 ‘에스텔라’ (Estella)의 손을 잡고 미국 국경을 건너 망명을 신청했다. 가족과 함께 LA에 도착한 노리는 영어를 하나도 못해 초등학교 3학년에 등록했다. 하지만 열심히 영어와 미국 문화를 공부한 그는 올해 17세가 됐고 ‘아너 스튜던트’(honor student)로 뽑혔다.
그러나 지난 6월 노리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노리와 어머니는 망명 신청자로서 9년 동안 이민법원에 꼬박꼬박 출석해 합법적 절차를 진행중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이민법정에 출두한 노리와 어머니는 추방명령을 받았다. 노리가 영어를 못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통역해주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건 노리도 마찬가지였다.
노리와 어머니는 결국 과테말라로 강제추방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평소 지병이 있었던 노리의 어머니 에스텔라는 충격으로 병세가 악화됐고 지난 9월에 사망했다. 과테말라에서 혼자가 된 노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노리 가족의 사례는 한인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인타운에도 체류 신분 때문에 걱정하는 불체 학생들이 있다. 한국말보다 영어를 더 잘하고 미국식 교육을 받았지만 체류신분 때문에 말못하고 가슴앓이를 한다.
교육은 지식 전달의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이민자 가정에게 교육은 희망의 언어이자 사랑의 통화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과 DEI(다양성) 프로그램 축소는 교육현장을 파괴하고 있다”고 하버드대 교육학부(Harvard Graduate School of Education) 가브리엘 올리베이라(Gabrielle Oliveira) 교수는 지적한다.
반이민 정책에 대해 올리베이라 교수는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불안과 상처를 이해하지 못하면 교육은 성공할 수 없다”며 “학교는 단순한 학습 공간이 아니라 이민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등학교 및 대학교에서 사라지는 DEI 프로그램 축소 움직임 역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플로리다, 텍사스 등 공화당 주도 주에서는 DEI를 “정치적 편향”으로 규정하며 폐지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올리베이라 교수는 “DEI는 특정 이념이 아니라 이민자 등 학생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공평한 학습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라고 반박한다.
이민자 가정에게 교육은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사랑의 행위(Currency of Love)’다. “이민자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을 통해 자신들의 희생의 의미를 찾고, 불안정한 이민생활 속에서도 세대를 잇는 희망을 세운다”고 올리베이라 교수는 지적한다.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변화들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는 이민자 아이들의 눈을 통해 미국의 미래를 본다. 학생들의 눈에 비치는 것은 공포가 아닌 희망이어야 한다. 그래서 교육 정책은 ‘사랑의 언어’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경을 넘어 이민온 아이들이 또 다른 보이지 않는 국경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교실은 더 넓고 포용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