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량 구금사태는 한인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 그동안 한국인 근로자들은 단기상용비자(B-1) 및 무비자(ESTA)로 아무런 문제없이 미국에 입국해 업무에 종사해왔는데, 이민당국은 이들을 하루아침에 ‘불법’으로 규정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 300여명에게 수갑과 족쇄를 채위 중범죄자처럼 끌고갔다.
그러나 더욱 황당한 점은, 이들 한국인 근로자들이 일주일만에 한국으로 귀국했고, 두달만에 아무일 없다는 듯이 다시 조지아 사바나 공사 현장에 복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은 체포될 때와 똑같은 비자를 갖고 ‘합법적 입국’을 했다. 뿐만 아니라 한미 양국은 B-1비자 등을 전담하는 부서를 따로 만들고 비자 발급을 재개했다. ‘합법’이던 비자가 하루아침에 ‘불법’이 되고, 권력자의 한마디에 다시 ‘합법’이 되는 상황이다.
미국 일각에서는 “미국에 이민오고 싶으면 합법적으로 와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는, ‘합법적 이민자가 하루아침에 불법체류자로 전락할수 있는’ 미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이민정책의 현실이다.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출생 시민권’의 폐지다. “미국 땅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시민권을 얻는다”는 것이 미국 수정헌법 제 14조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부모 중 한 명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면 미국에서 태어나도 미국 시민이 될 수 없다”고 행정명령을 내렸다. 날짜 하루 차이로 미국 시민이 불체자가 되는 현실이다. UCLA 로스쿨 이민법 정책센터 히로시 모토무라 소장은 “이같은 조치는 ‘과연 누가 미국인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계 백인 이민자들만을 받아들이던 19세기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번째는 영주권자들의 이민신분 재검토 시도다. 또한 DACA 수혜자, 임시보호 신분(TPS) 소유자, 쿠바·베네수엘라·우크라이나·아프가니스탄 출신 인도적 가석방 수혜자들에 대한 합법 신분 박탈 시도도 벌어지고 있다. 하룻밤에 ‘불법’이 될 이민자 인구는 200만명으로 추산된다. 베네수엘라계 미국인 코커스(Venezuelan American Caucus)의 아델리스 페로 대표는 “망명 가족들이 이민국의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세금을 내며 사업을 운영해왔는데, 이제 60만 명의 삶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질 수 있다”고 증언했다.
5살 때 미국에 온 DACA 수혜자 안드레아의 경우가 그 좋은 예이다. 그녀는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있지만 졸업 후 이민 신분이나 취업에 대한 확신이 없다. 2021년 7월부터 DACA 신청이 중단된 상태에서 그녀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그는 “이민정책은 단순한 종이조각이 아니다. 내 일상의 모든 부분을 좌우한다” 고 증언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사법부의 역할 축소다. 이민법원의 판사들이 대거 해임되면서 적법절차가 무력화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해임된 전직 이민판사 제레미아 존슨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판사를 해고함으로써 이민자들의 법적 지위를 검토하는 사람들을 제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 법원이 텅 비어가는 상황에서 누가 이민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것인가.
법의 예측가능성은 법치주의의 핵심이다. 사람들이 법을 준수하며 살아갈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합법이고 불법인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는 이민법이 권력자의 한마디에 오락가락하고, 합법 체류자가 하루아침에 ‘불법체류자’로 붙잡히는 현실이다. 오늘 합법인 것이 내일 불법이 될 수 있는 시스템에서 누가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