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이나 지옥은 우리가 죽은 후 생전의 죄에 따라 갈라진다고 들었다. 그런데 “천국과 지옥은 지금 살아 있는 이 순간 내 마음의 상태이기도 하다”라고 정신과 의사 데이비드 호킨스는 그의 책 <파워 vs. 포스>에서 말한다. 이세상을 살면서도 천국을 살 수 있다고 한다.
늘 자기혐오와 수치심에 빠져 사는 사람, 슬픔과 자학에 젖어 사는 사람, 삶의 의미를 잃고 우울 속에 사는 사람, 불안과 걱정 속에 사는 사람, 탐욕과 중독 상태에 있는 사람, 증오와 원망 속에 사는 사람, 오만과 자존심 속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반면, 현실 속에 숨은 큰 질서와 은혜를 발견하고 자신이 살아 있는 순간을 감사하며 사는 사람, 타인을 이해하고 무조건 용서하는 사람,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사랑하는 사람, 마음속에 평안을 가진 사람,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살아서 천국을 사는 사람들이다.
내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주위에서 경험한 사람들 중에도 천국을 사는 사람과 지옥을 사는 사람들이 보인다. 가족과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좋은 사람들, 하는 말마다 불평과 원망, 명령과 비판으로 가족들이 함께 살기 어려워 곁을 떠나게 하는 사람들, 병든 배우자를 사랑으로 돌보는 사람들,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가족과 이웃을 괴롭게 하는 사람들—그들은 늘 같은 패턴으로 산다.
“누구나 마흔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링컨 대통령의 이 말을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얼굴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 한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지옥을 사는 사람의 얼굴은 지옥을, 천국을 사는 사람의 얼굴은 천국을 반영한다.
지금 내 얼굴에는 지옥을 사는 사람의 인상이 비칠까, 아니면 천국을 사는 사람의 인상일까? 무엇보다 남은 나의 날들을 살아가면서 지옥이 아니라 천국에 살 수는 없을까,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찬송가에 이세상 살면서도 천국을 산다는 가사도 많다. “이 세상에서 내 영혼이 하늘의 영광 누리도다;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 도다; 우리 모두 다 예수를 친구 삼아 참 평화를 누리겠네; 주의 친절한 팔에 안기세 우리 맘이 평안하리니;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전날의 한숨 변하여 내 노래 되었네; 무엇이나 근심하지 말고 주 예수께 아뢰라.”
이비드 호킨스의 이론에 따르면 이 세상에서 천국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의식의 진화 단계는 ‘수용–이성–사랑–기쁨–평화–깨달음(Enlightenment)’이라고 한다. 이 중 수용의 단계가 천국으로 들어서는 문이라고 한다. 수용의 단계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이웃을 나와 동등하게 생각하며,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성숙의 단계다.
“아흔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남은 삶을 지옥이 아니라 천국에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인공지능 챗봇에게 물었다. 대답이 그럴듯하다. 그 나이에 지옥이 아니라 천국을 살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이미 변화의 출발점이라며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감사와 기쁨을 매일 만나는 작은 일에서 찾는 습관을 기르라는 것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 감사할 일을 떠올리거나 나누는 버릇을 들이라고 한다. 감사 일기를 쓰는 것도 좋다. 실제로 우리 부부도 한때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감사한 일을 한 가지씩 서로 말한 적이 있다. 몇 주면 끝날 줄 알았는데 몇 년이 갔다. 감사할 일을 찾으려는 그 과정 속에서 감사를 보는 눈이 뜨였고, 다른 나쁜 버릇들이 사라진 듯했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서운함, 억울함, 분노가 있다면 그것이 지옥을 만든다. 그러니 내려놓아야 한다. 실제로 나는 안식년에 한국에 가서 전에 미워하고 복수하려던 세 사람을 찾아보았다. 두 사람은 만나 화해했지만 한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그때 문득 깨달었다. 내가 미국에서 편하게 교수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돈 봉투를 첨부하지 않아 나를 고용하지 않은 한 교육대학 학장 덕분이었다. 시간이 원수를 은인으로 바꿔 놓은 셈이었다.
노년의 행복은 관계에서 온다. 가족, 친구,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감사와 축복의 말을 먼저 하고, 전화와 안부를 먼저 전하며, 받기보다 주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나는 이 부분이 서툴고 약하다. 노력이 필요하다.
노년에는 몸의 건강을 위해 매일 가벼운 운동을 하고, 마음의 건강을 위해 명상이나 기도를 하라고 한다. 종교가 있다면 기도·명상·예배 같은 영적 활동을 생활화 하라고 한다. 또한 취미 생활을 하고 배우는 일을 지속하라고 한다. 나의 천국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찾고, 두드리고, 구해야 하는 것이 내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