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차량에 동승하고 가다가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차량이 내 차량이 아닌 친구의 차량이었다면 사고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친구가 사고의 책임을 인정하고 친구 보험사에 클레임을 걸었으니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보험 시스템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중요한 원칙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 보험은 차량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즉, 사고가 났을 때 가장 먼저 책임을 지는 쪽은 운전자가 아니라 사고 차량의 보험사다. 차량을 소유한 친구가 자신의 보험사에 클레임을 걸었다면, 그 보험이 1차 보상자로 작동하게 된다.
이 구조에서는 사고 당시 피해자인 내가 친구 차량을 타고 있었더라도, 나의 개인 보험은 처음부터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만약 사고로 인해 내게 발생한 손해가 친구의 보험 보상 한도를 초과하게 되면,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질까?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UM/UIM(무보험자/보장 부족 보험) 커버리지다. 친구의 보험사에서 1차적으로 처리한 후, 그 한도를 넘는 부분은 내 보험의 UM/UIM 보장을 통해 2차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단, 이때도 조건이 있다. 내 보험에 UM/UIM 커버리지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고, 사고 직후 내 보험사에 사고 사실을 보고해 두었어야 한다.
실제 예를 들어보자. 친구 차량의 책임보험 한도가 2만5000달러이고, 내가 치료 받은 병원비가 3만2000달러이며, 차량 수리비 및 기타 비용이 추가로 5000달러가 발생했다면, 총손해액은 3만7000달러에 이른다. 이 중 친구의 보험사에서는 2만5000달러까지만 보상 가능하며, 나머지 1만2000달러는 내 보험에서 UIM 커버리지로 청구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내 보험사에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면, 보험사는 그 사고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처럼, 친구가 대신 클레임을 걸어주었더라도, 피해자인 본인이 직접 자신의 보험사에 사고 사실을 알리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클레임을 접수하지 않더라도,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공유해야 나중에 추가적인 보상이 필요할 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클레임이 아닌 단순 사고 사실 보고에도 기록을 남기며, 이는 향후 UM/UIM을 활용할 때의 증빙 자료로 작용한다. 사고 당시 보고가 빠져 있다면, 보험사는 UM/UIM 청구 자체를 거절할 수 있고, 법적으로도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다.
또한 사고 직후 친구가 제공한 클레임 번호, 보험사 정보 등은 어디까지나 1차 정보일 뿐이며, 보장 한도 내에서만 유효하다. 친구의 보험이 모든 손해를 커버하지 못하는 경우, 피해자는 반드시 자신의 보험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처리할 수 있는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정리하자면, 친구 차량을 타고 있던 중 친구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친구의 보험이 1차 보상 책임을 가진다. 친구가 클레임을 걸고 성실히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인 본인은 반드시 자신의 보험사에도 사고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 친구 보험의 보상 한도를 초과한 금액은 내 보험의 UM/UIM 커버리지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단, 이를 위해서는 사고 직후 보고가 선행되어야 하며, UM/UIM이 포함된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
보험은 계약과 절차에 기반한 시스템이다. 아무리 좋은 친구 관계라도, 보험 보장은 시스템이 우선이다. 친구의 선의와 책임감은 고맙지만, 피해자인 나 스스로도 보험 절차를 챙기지 않으면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친구는 친구대로, 나는 나대로 준비해야 한다. 보험은 감정이 아니라 기록과 절차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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