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애틀랜타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3일까지 오바마케어에 가입한 미국인은 총 2280만명으로, 지난해 마감일까지 가입한 등록자 수(2420만명)보다 140만명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크고 아름다운 법’(Big Beautiful bill) 때문에 오바마케어(ACA, 건강보험개혁법) 추가 보조금 지급이 종료되었기 때문이라고 앤서니 라이트 ‘패밀리스 USA’ 사무총장은 지적한다.
그 결과 오바마케어 보험료가 두 배로 뛰는 ‘가격 충격’이 발생하고 있다고 수니타 소라브지 ACOM 보건 담당 편집장은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400만 명이 추가로 무보험 상태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올해 미국 50대 부부의 연간 보험료는 1만5천 달러에 달한다.
미국 국민이 쓰는 5달러 가운데 1달러가 의료비로 지출되며, GDP의 18%가 병원비와 약값으로 사라진다고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닐 마호니 교수는 지적한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한 사회의 구조적 파열을 보여주는 징후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구조다. “미국은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다른 선진국보다 4배에서 8배 비싸게 구입한다”고 마호니 교수는 지적한다. 마호니 교수에 따르면 올해 미국 가정의 평균 가족 건강보험 비용은 연 2만7천 달러에 달한다. 이는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임금 인상 억제나 고용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높은 코페이(co-pay) 역시 의료 접근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마호니 교수는 “과거에는 일정 수준의 본인부담이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일 것이라 봤지만, 실제로는 당뇨·고혈압 관리나 정기 검진 같은 필수 치료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메리트 베이시 ‘환자를 위한 합리적 약(Patients for Affordable Drugs)’ 사무국장은 미국의 비싼 약값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는 동일한 브랜드 의약품에 대해 다른 고소득 국가보다 평균 4~8배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며 “제약회사의 독점과 특허 남용이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베이시는 제네릭 의약품이 시장에 진입하면 평균 39%의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경쟁이 확대되면 최대 95%까지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제약회사들은 특허 제약과 지연 보상 전략(pay-for-delay)으로 경쟁을 차단한다. 의료 시장이 시장이 아니라 독점의 온상이 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의료비 상승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돈 있는 사람은 최고급 치료를 받고, 돈 없는 사람은 치료를 포기한다. 건강이 계층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구하지 못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의료는 시장 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아픈 사람은 가격을 따질 여유가 없다. 생명이 걸린 문제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진국이 의료를 공공재로 취급한다.
미국의 ‘의료비 쇼크’는 시장 만능주의의 한계를 보여준다. 의료를 상품으로 취급할 때 벌어지는 일이다. 해법은 명확하다. 공공 의료 확대, 약가 협상 강화, 의료 독점 해체다. 메디케어가 약가 협상을 통해 63%의 가격 인하를 이뤄낸 것이 증거다. 정부가 개입해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역설이다.
의료비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의 선택이다. 올해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의료보건 공약을 물어봐야 한다. “건강을 특권으로 만들 것인가, 권리로 보장할 것인가”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