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40년 경력의 외식업 경영 전문가로서 식자재와 장비,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식 세계화 전략에 관한 제언을 6회에 걸쳐 연재해 왔다. 오늘은 그 마무리로 한식 세계화의 마지막 퍼즐인 ‘이름 통일’에 관한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최근 뉴욕이나 파리의 중심가에서 한식당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하지만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선 외국인 고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언어의 혼란’이다. 한식 세계화를 위한 수많은 전략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 음식을 알리는 가장 기초적인 도구인 이름이 제각각인 점은 뼈아픈 실책이다.
매일 식당 현장에서 타민족 고객들을 마주하며 느끼는 가장 큰 장벽은 통일되지 않은 메뉴판이다. 대표적인 K-푸드인 떡볶이만 하더라도 식당마다 Tteokbokki, Topokki, Dukboki 등 표기가 천차만별이다. 일본 스시(Sushi)나 멕시코 타코(Taco)가 세계인의 머리 속에 하나의 고유명사로 각인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고 직관적인 단일 표기 덕분이다. 외국인 입장에서 직관적이고 발음하기 쉬운 통일된 영문 표기법은 한식이 세계인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다. 이름이 통일되지 않은 브랜드는 결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없다.
우리가 명칭 통일을 미루는 사이, 보이지 않는 경제적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 세계 검색 엔진과 SNS, 배달 플랫폼(Uber Eats, DoorDash, Grubhub, Yelp 등)에서 한식 메뉴명이 제각각으로 분산되면서, K-푸드에 대한 빅데이터 집계와 마케팅 효율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처럼 명칭 불일치로 인해 발생하는 해외 마케팅 비용의 누수와 브랜드 인지도 손실은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마치 하나의 브랜드를 수십 개의 가짜 이름으로 광고하며 스스로 브랜드 파워를 갉아먹는 꼴이다.
국가 차원의 디지털 표준화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홍보 예산 투입이 반복될 뿐이다. 한국 정부는 이제 학술적인 한국 음식 명칭 사전을 만드는 안방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변화는 실제 영업 현장에서 일어나야 한다. 해외 한식당들이 통일된 명칭을 일제히 도입할 수 있도록 ▶표준 명칭이 적용된 다국어 표준 메뉴판과 키오스크같은 디지털 인프라 무상 지원 ▶ 표준안에 맞춰 메뉴판을 교체하는 영세 한식당에 대해 교체 비용 일부 실비 지원 등의 강력한 지원책과 인센티브를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우수 한식당 인증제(K-미슐랭)의 필수 평가 항목에 글로벌 표준 표기 준수 여부를 반영하여 자발적인 동참을 끌어내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필자가 해외에서 오랜 세월 외식업 컨설팅과 식자재·장비 사업을 하며 깨달은 진리는 명확하다. 이름표가 제대로 붙지 않은 상품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식은 이미 맛과 건강 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증명했다. 이제는 그 훌륭한 콘텐츠에 걸맞은 ‘이름표’를 제대로 붙여줄 때다. 그것이 바로 한식 세계화의 정점을 찍는 마지막 퍼즐이자, 국가 브랜드 자산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