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내 주위에서도 아는 분들이 병들고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을 맞고, 한국전쟁을 겪고, 가난했던 시절을 살아냈으며, 미국으로 이민 와 말도 서툴고 문화도 다른 곳에서 열심히 살아온 우리들이다. 이제는 모두 늙어가며 어쩔 수 없이 병들고 죽음을 맞이한다.
통계에 따르면 내 또래의 80~90%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 또래의 대부분이 이미 세상을 떠난 지금, 내게 남은 하루하루는 덤으로 받은 선물이며 은혜이다. 그렇다면 이 하루하루를 더욱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마음가짐부터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젊은 시절에는 생존을 위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까지 살아오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남은 날들을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행복할 것 같다.
감사하며 사는 사람의 몸에서는 행복과 관련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더욱 활발하게 작용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낮추어 혈압을 안정시키고 면역 기능을 유지한다. 또한 행복감을 높이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활동을 촉진하고, 불안을 줄이는 옥시토신과 통증을 완화하는 엔도르핀의 분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염증 반응을 줄이고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문 연구들이 보고한다.
과거는 어쨌든 행복하게 살려면 이제부터는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사를 볼 수 있는 눈을 떠야 한다. 아침과 저녁마다 오늘 감사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자. 태산 같은 감사도 감사를 못 보는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다. 불평하는 사람에게 불평만이 보이고 감사하는 사람에게는 감사할 일이 더욱 많아진다.
나 역시 늙어가면서 몸이 약해지고 신체 기능이 느려지며 병이 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예방하고,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들을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한다면 건강한 삶을 더 오래 이어갈 수 있다.
삼시 세끼를 일정한 시간에 먹도록 노력하고, 소식을 하되 단백질과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도록 식사하자.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과 잠드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생활 리듬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옛날보다 지금은 세상이 급속히 변한다. 변하는 세상을 다 따라가기는 어려워도 새것을 배우도록 노력하자. 인공지능 배워 사용하니 와 똑똑한 개인 비서를 무료로 고용한 것 같다.
누워 있는 시간과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늘리자. “Use it, or lose it.”이라는 말처럼 쓰지 않는 기능은 점점 약해진다. 집안 청소를 하고, 걷고, 탁구를 치며 근육을 유지하자. 또한 사람들과 계속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삶의 드라마들 들으니 놀랍고 간접 경험으로 나도 지혜로워진다.
개똥밭에 굴러도 사는 것이 낫다. 살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살아 있다는 것은 어디서나 언제나 삶의 과제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픈 다리로 걷기가 어렵듯이, 나이가 들수록 삶의 무게는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커다란 바위를 언덕 위로 밀어 올리면 다시 굴러 떨어지고, 또다시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어려움을 반복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의 삶인지도 모른다.
영어 속담에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구름에는 은빛 가장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먹구름이 하늘을 가려도 그것은 잠시일 뿐이며, 그 뒤에는 밝은 태양과 푸른 하늘이 있다. 어쩌면 먹구름이 있기에 우리는 햇빛을 더욱 감사하게 된다. 삶의 어려움과 힘든 과제가 해결에서 오는 보람과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닫게 해 주는지도 모른다.
때때로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내가 쉬고 있는 숨에 귀를 기울여 보자.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을 천천히 느끼며, 나도 모르는 사이 쉬지 않고 나를 살려주는 내 몸의 놀라운 작용에 감사하자. 스트레스가 쌓일 때에도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보자.
지난날 어려운 삶을 살아오며 나도 모르게 몸에 밴 찡그리는 표정과 비판하는 습관이 아직 남아 있는지 돌아보고 고쳐 나가자. 기적처럼 이어져 온 삶의 날들 속에서 감사할 이유를 찾고, 오늘 이 순간에도 삶을 온전히 바라보며 감사하는 눈을 뜨도록 노력하자.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들이쉬는 한 번의 숨과 내쉬는 한 번의 숨까지도 선물임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싶다. 감사를 찾는 사람에게는 오늘도 삶이 은빛으로 빛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