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90분 통화…트럼프·시진핑, 상호방문 초청
희토류 수출통제·중 유학생 차단 등 갈등 ‘봉합’ 수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90분간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간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 5월 양국 정부 대표가 맺은 무역 합의의 위반을 이유로 최근 깊어졌던 양국 갈등이 부분적으로나마 해소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방중을 초청하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에 화답해 시 주석 부부의 방미를 초청함에 따라 양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양국 정상 간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1월 17일 이후 140일 만이다. 지난 2월 이른바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은 양국 정상의 통화 사실을 보도하며 이번 통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성사됐음을 의미하는 ‘잉웨’(應約)‘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50분쯤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방금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매우 좋은 통화를 마쳤다”며 “최근 합의한 (양국) 무역 협상의 복잡한 문제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통화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으며 양국에 매우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했다. 희토류 제품의 복잡성에 대해서는 더는 문제 소지가 없을 것”이라며 “양국의 각 협상팀은 곧 결정될 장소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알렸다. 양국 협상이 재개되면 미 정부 측에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자신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중국 방문을 초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중 시 주석이 영부인과 저의 중국 방문을 초청했고 저 또한 답례로 (시 주석을 미국으로) 초청했다”며 “위대한 두 국가의 정상으로서 저희 둘 다 이번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화는 거의 전적으로 무역에 집중됐고,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이란에 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중국 신화통신은 두 정상의 통화 사실을 보도하며 “시 주석은 중·미 관계라는 큰 배의 방향을 바로잡으려면 두 정상이 조타를 잘 하고 방향을 바로 정해야 하며 특히 각종 방해와 파괴를 배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실사구시의 태도로 진전을 바라보고 중국에 시행한 부정적 조치를 폐지해야 한다”며 “양국은 외교, 경제무역, 군대, 법 집행 등 각 영역의 교류를 증진하고 합의를 늘려가며 오해를 줄이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특히 ’대만 문제에 대한 신중한 처리‘를 언급하면서 “극소수 대만 독립 분자들이 중·미 양국을 충돌과 대결의 위험한 지경에 빠지게 만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중국이 미·중 무역 합의를 위반했다며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양국은 지난달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갖고 양국에 대한 관세를 115%포인트씩 인하하고 일부 수출통제 조치를 유예 또는 취소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은 중국이 당시 합의와 달리 핵심광물과 희토류 수출 제한을 해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생산 중단 위기에 몰린 가운데 이날 성사된 미·중 정상 통화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날 미·중 통화에서는 미 정부의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방침에 대한 논의도 일부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메르츠 독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 학생들이 오고 있다”며 “솔직히 저희도 유학생을 받고 싶지만 그들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하버드·컬럼비아 등 일부 대학에서 우리가 바라는 건 단지 학생 명단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추적해온 일부 인물을 보면 ’이들이 어디서 온 건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반유대주의 근절‘을 이유로 하버드대에 외국인 유학생의 명단·국적 공개와 인원 절반 감축을 요구했었다.
워싱턴·베이징=김형구·신경진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