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펼치면서 이민자 구금이 일종의 ‘산업’이 돼버린 미국의 실태를 꼬집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내 최소 200여개의 이민자 구금 시설에 역대 최고치인 약 5만7000명의 이민자가 구금돼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올 한해 역대 최대 규모인 100만명의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을 공약하며 강경한 이민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FT에 따르면 미국 내 이민자 구금 시설의 85%는 민간 기업이 운영한다. 구금된 이민자가 더 많을 수록, 또 장기간 수용될 수록 구금 시설을 운영하는 민간 기업에 이익이 더 발생한다. 이들 민간 기업은 구금 시설 운영 뿐만 아니라 이민자 운송, 전자발찌 및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이민자 감시 활동을 통해서도 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민간 교정시설 운영업체인 지오그룹(Geo Group)과 코어시빅(CoreCivic)은 미국 전역에 각각 23개, 17개의 이민자 구금 시설을 운영 중이다. 지오그룹은 지난해 이민세관단속국(ICE) 계약으로 약 10억 달러(약1조3900억원)를 벌어들였는데, 이는 회사 전체 수익의 42%를 차지했다. 코어시빅도 ICE와 계약에 따른 사업 수익이 전체 수익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FT는 지난해 미국의 이민자 구금 시설 운영 등에 들어간 비용을 약 34억 달러(약 4조7000억원)로 추산했다. 미국 내 전체 범죄율이 감소하면서 민간 교정 시설 업체가 수익원을 불법 이민자 구금시설 센터로 전환한 측면도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구금 인원이 급격히 증가하면 일부 시설에 기준보다 초과한 인원이 수용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FT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50대 대형 구금 시설 중 최소 15곳은 정원을 초과했다. 일부 이민자들은 복도나 바닥에서 잠을 자거나, 열악한 의료 환경에 놓여 있다고 한다. 한 이민자는 FT에 “5명 짜리 방에 30~40명, 많게는 50명까지 집어넣는다”고 말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 체포 규모 확대를 요구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민자 구금 시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백악관은 지난 5월 하루 체포 목표를 3000명 이상으로 제시하며 ICE를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 4일 발효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법에도 신규 이민자 구금 시설 건립에만 450억 달러(약62조6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배정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10만 개의 침상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