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예측 어렵게 만들어”
전국에서 폭우로 닷새간 19명이 사망한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사상자를 내는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상기후 현상이 여름철에 더 자주, 강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미국에선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잇달아 발생했다. 가장 피해가 컸던 텍사스에선 지난 4일 하룻밤 새 최대 300㎜의 비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최소 13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실종됐다. 같은 달 뉴멕시코주의 루이도소에선 비가 내린지 몇분도 안돼 강이 범람하면서 3명이 사망했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여름에 100년, 10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준의 폭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16일부터 한반도에 쏟아진 폭우도 200년 빈도의 강우량이었다. 마이클 만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원래 ‘1000년에 한 번’은 지구 온난화가 없을 때 발생할 확률을 얘기한다”며 “지구 온난화 때문에 이러한 사건들이 훨씬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CNN에 말했다.
텍사스에 내린 폭우는 멕시코만의 해수 온도가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대니얼 스웨인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기후연구원은 “여름 내내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멕시코만과 대서양 서쪽에서 습한 공기가 북쪽으로 이동했고 로키산맥 동쪽 미전역의 모든 대기층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습도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스페인에서도 폭우로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스페인 기상청에 따르면 발렌시아 지역 치바에선 8시간 동안 1년 치 비가 쏟아진 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주요 도로와 지하철이 침수됐고, 세비야와 말라가 등 남부 지역도 피해가 컸다.
기상학자들은 갑작스러운 한파와 지중해의 따뜻한 바닷물이 만나 강력한 비구름을 형성했고, 폭풍이 비구름을 스페인으로 밀어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구 온난화가 폭풍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지중해 해수 온도는 28.9도로 역대 최고치였다. 루마니아, 폴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이로 인한 폭우로 20여명이 사망했다.
대기 진폭이 크게 증가하는 ‘대기 공명’ 현상이 폭우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 대기 상층부의 제트 기류에 대기 공명이 발생하면 폭우가 몇 주 넘게 장기화할 수 있다. 만 교수는 “20세기 중반 이후 여름철에 이런 기상 패턴의 발생률이 3배로 증가했다”며 “이는 극한 기상 현상에 대한 예측 불확실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그간 중단했던 홍수 위험 예측 프로그램 개발을 재개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수백 명의 기상 예보관을 해고하는 등 인력 감축과 예산 삭감을 추진했다가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