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세계적 열풍을 몰고 온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몬)’을 집중 조명했다.
WSJ은 20일 ‘K팝에서 가장 큰 이름은 BTS가 아니다. 바로 넷플릭스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가상의 아이돌 밴드가 인간 아이돌이 결코 이루지 못한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케데헌’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진단했다. 또 이런 현상에 대해선 “초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WSJ은 영화 속 보이그룹 ‘사자보이스’ 멤버 ‘미스터리’의 보컬을 맡은 그룹 유키스 출신 케빈 우를 만나 ‘케데헌’ 돌풍이 음악산업에 미친 영향을 조명했다.
현재 케빈 우의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수는 2000만명에 달한다. ‘케데헌’이 인기를 끌기 전까지만 해도 청취자 수는 1만명 수준이었다.
케빈 우는 WSJ에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굉장히 초현실적인 느낌”이라며 “사람들은 나를 케빈 우나 K팝 아티스트로 알아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자보이스 활동이 그룹 유키스 시절이나 브로드웨이 공연, 배우로서 활동보다 더 빛을 발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며 “어떤 의미에선 내 예술적 재능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WSJ은 이런 현상을 전하면서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K팝 업계가 ‘케데몬’을 통해 새로운 현실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가상의 아이돌 밴드가 실제 인간 아이돌보다 미국 시장에서 더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진짜인 척 하는 AI 음원’처럼 경계를 허무는 경쟁자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음악 산업 전반은 또 하나의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WSJ은 ‘케데헌’의 성공이 K팝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 영화의 곡 중 7곡이 미국 스포티파이 일간 차트 상위 15위 안에 들고, 영화 속 걸그룹 헌터릭스의 노래 ‘골든(Golden)’과 ‘사자보이즈의 ‘유어아이돌(Your Idol)’은 각각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6위, 16위까지 오른 성과를 거론하면서다.
WSJ은 이같은 성과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K팝은 위기론’을 언급할 정도로 성장이 둔화된 K팝에 새로운 기대감을 준다고 봤다. ‘케데몬’의 성공이 팬들이 비인간 아이돌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K팝 연구자 김석영 교수는 “케데헌의 성공은 팬들이 비(非)인간 아이돌과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모방작들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이건 K팝 기업들의 오랜 꿈”이라며 “여기엔 잠도 자지 않고 아프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 아이돌들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인간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AI 가수와 작업한 경험이 있는 K팝 프로듀서 겸 작곡가 베니 차는 “진짜 아티스트들이 보여주는 취약성, 화학 작용, 예측 불가능성은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0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케데몬’은 공개직후 전 세계 40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에 올랐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 빌보드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골든’을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로 출품할 예정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