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인 젊은이들, 이른바 Z세대(Gen Z)가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1.5세, 2세 한인들이 정신적 문제로 일탈하거나 돌출 행동을 저지르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이는 한인 Z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Z세대 5명 중 1명이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에 따르면 2023년 기준 Z세대 청년층의 22%가 주요 우울증세를 겪었으며, 이는 전체 성인 인구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다시말해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위기의 신호탄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정신건강 문제가 인종과 문화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연방 보건복지부의 청소년 위험행동 조사에 따르면, 9~12학년 흑인 학생의 10.3%가 지난 12개월 동안 자살을 시도했으며, 심각한 자살 고려 경험도 19.6%에 달했다. 반면 라티노와 백인 학생은 각각 8.3%로 나타났다.
치료 접근성에서도 뚜렷한 격차가 존재한다. 5~17세 청소년의 정신건강 치료율은 백인 18.3%, 흑인 12.5%, 라티노 10.3%로 인종별 차이가 분명하다. 비영리재단 ‘옐로우체어콜렉티브’의 한인 이수진 치료사는 “아시아계나 라틴계 커뮤니티에서는 정신 건강을 터놓고 말하기 어렵다. 문화적 낙인이 치료 접근성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 전문가 중 한인을 비롯한 유색인종 비율이 6%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치료의 부재를 의미한다. 존스홉킨스대 키아라 알바레즈 박사(Dr. Kiara Álvarez)는 “문화적으로 적절한 치료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치료의 지속 가능성도 떨어진다”고 경고한다.
Z세대의 정신건강 위기는 디지털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스턴대학교 오사나 라퍼 박사(Dr. Ovsanna Leyfer)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지속적인 비교와 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자존감 저하와 불안, 우울로 이어진다”며 “여기에 성적과 학업 압박과 부모의 기대 증가, 여가 시간 상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내 한인 청소년만 다룬 통계는 없지만,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낯설지 않다. 2023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학생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우울 위험군 비율은 33.7%로 3명 중 1명꼴이다. 특히 입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 스마트폰 의존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과 한국의 Z세대가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정신건강 위기는 글로벌 현상이지만, 그 해결책은 각 사회의 문화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인종과 문화적 배경에 따른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면, 한인사회에서는 입시 중심 교육과 경쟁 문화,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캘리포니아주 청소년보호국 자문위원인 빅토리아 버치는 “치유는 공동체, 특히 사랑받는 경험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인 Z세대에 대해서도, 처벌과 경쟁이 아닌 회복과 통합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Z세대의 정신건강 위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한인, 미국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