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은 이민자 스타의 노래로 들썩이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헌터스’가 미국내 큰 인기를 끌면서, 작품 속 한국어 노래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한글로 된 ‘케데헌’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스스로 한국어를 배우는 미국인들도 늘고 있다.
또다른 이민자 스타는 라틴계 가수 배드 버니(Bad Bunny)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이 젊은 가수는 2026년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메인 가수로 선정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행사 ‘수퍼볼’, 그곳에서 라틴계 스타가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노래를 부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 문화의 중심부에 스페인어가 울려퍼진다는 뜻이다.
‘배드 버니’의 본명은 베니토 안토니오 마르티네스 오카시오(Benito Antonio Martínez Ocasio), 이름으로 알수 있듯이 라티노다. 어렸을 때부터 푸에르토 리코 베가 바하의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 전세계적 스타가 됐다.
그는 자신의 노래를 영어로 ‘크로스오버’하는 대신, 미국이 그의 노래를 듣도록 만든다. 스패니쉬로만 된 앨범 ‘El Último Tour del Mundo’는 전 세계 차트를 석권했고, 푸에르토리코의 억양 노래를 미대륙 전역 공연장에서 울려 퍼지게 했다.
배드 버니의 음악은 처음부터 정치적이었다. 2019년 리카르도 로셀로 푸에르토리코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참여했고, 주지사에 항의하는 노래 “Afilando los Cuchillos”를 발표했다. 2022년 히트곡 “El Apagón”은 레게톤 리듬에 푸에르토리코 섬의 민영화와 주민 이주 문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결합했다.
그러나 배드 버니가 유명해진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빅 스타’이기 때문이다. 올해 푸에르토리코에서 공연에서 ICE 단속 영상을 상영하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라틴계를 표적으로 삼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공격적 단속에 반대한다”며 미국 본토 투어 일정을 건너뛰었다.
그런데 트럼프 정책에 반대하는 가수가, 그것도 라틴계가, 미국 문화의 상징 슈퍼볼 하프타임 쇼 가수가 됐다. 격렬한 찬반논란은 불가피하다. 보수파 정치인들의 격렬한 반대는 물론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배드 버니의 수퍼볼 공연은 미친짓”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라티노 뉴스레터의 편집자 훌리오 리카르도 바렐라(Julio Ricardo Varela)는 “배드 버니의 공연은 ‘미국이 이제 푸에르토리코와 라티노를 다루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메시지”라고 평했다. 그는 또 “배드 버니의 가수 선정은 비즈니스이기도 하다. NFL은 글로벌 시청자를 원하고, 배드 버니는 현재 가장 큰 글로벌 음악 브랜드”라고 지적한다. NFL의 백인 경영자들은 배드 버니의 정치적 견해에 반대할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인정하지 않을수 없다는 뜻이다.
라틴계 언론인 안토니오 메히아스-렌타스(Antonio Mejías-Rentas)는 “배드 버니의 ICE 비판은 미국 이민 정책에 관한 것 뿐만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이 푸에트로리코를 식민지로 삼고 방치하고 있으며, 미국인이 푸에르토리코인들을 불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에 대한 항의”라고 지적했다. 콜롬비아 대학 교수 프란시스 네그론-문타너(Frances Muntaner-Negron)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스패니쉬는 미국 통치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배드버니의 노래는 항상 다층적인 행위”라고 평했다.
수퍼볼 공연에서 스패니쉬로 노래하는 배드 버니의 모습을 기대하며, 언젠가 한인 가수도 한국어로 K-팝을 공연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배드버니가 보여준 것처럼, 문화적 자부심은 영어 번역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배드 버니가 “푸에르토리코를 미국 본토로 가져온다”는 평을 받는 것처럼, 한인 스타도 한인의 목소리를 미국 주류사회로 가져올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