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셧다운이 3주째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 예산안에 찬성하지 못해 승인하지 않음으로써 10월 1일부터 연방정부의 예산 집행이 정지됐다. 소셜시큐리티 오피스, 국립공원 등 수많은 연방정부 기관이 운영을 축소하거나 멈췄다.
미국 의회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오바마케어(ACA) 세액공제에 합의하지 못해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은 ’예산 절감‘을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인 ’오바마케어‘의 예산을 대폭 삭감했으나, 민주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케어는 이미 도입된지 10년이 넘었고, 수많은 미국민과 환자, 노인들이 큰 혜택을 보고 있다. 당장 오바마케어 세액공제가 만료되면 400만 명의 미국인이 건강보험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비영리단체Families USA의 앤서니 라이트(Anthony Wright) 사무총장에 따르면, 오바마케어 세액공제가 올해 말 만료되면 보험료는 평균 18% 오를 예정이다. 예를 들어 메인주 60세 주민의 월 보험료는 462달러에서 1400달러로 세 배 가까이 뛸 수 있다. 숫자 뒤에는 구체적인 삶이 있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포기하고, 암 환자가 치료를 미루고, 임산부가 산전검사를 건너뛰는 현실 말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치적 의지의 부재다. 카이저패밀리재단(KFF)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80%가 세액공제 연장에 찬성한다. 압도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의회는 움직이지 않는다. 연방정부 셧다운이라는 정치적 게임 속에서 국민의 생명이 볼모가 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한인 등 이민자 취약계층에 대한 차별적 타격이다. 예산정책우선센터의 제니퍼 설리번 (Jennifer Sullivan)보건담당 국장은“ACA 가입자의 93%가 세액공제를 받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저소득층과 한인 등 유색인종”이라고 말한다. 2021년 세액공제 강화 후 흑인 가입률은 186%, 라틴계는 158% 증가했다. 이제 그 성과가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다. 제로 프리미엄 제도 폐지로 40만 명이 즉시 보험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은 충격적이다.
의료 접근성 악화는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농촌 지역 병원들이 문을 닫고, 응급실은 무보험자로 넘쳐날 것이다. 이미 9시간을 넘나드는 응급실 대기시간이 더욱 길어진다. 조지아주 시골 지역의 병원들이 문을 닫겠다고 예고했다. 의료시스템 전체의 붕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과장이 아니다.
정치적 대립의 희생양이 된 것은 결국 시민들이다. 새로운 예산안에 따르면, 한인 등 다카(DACA) 수혜자들은 바이든 행정부 때 잠시 허용되었던 보험 가입 자격마저 박탈당했다. 자영업자, 농장 노동자, 서비스업 종사자들처럼 직장에서 보험을 제공받지 못하는 이들의 처지는 더욱 절망적이다.
해결책은 명확하다. 10월 말까지 오바마케어 세액공제 연장 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 기술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의회는 당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있다.
건강권은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생명을 담보로 한 정치 게임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다. 400만 명의 보험 상실이 예고된 상황에서 의회가 보여줘야 할 것은 초당적 합의다. 11월 오바마케어 오픈 등록 기간이 코앞에 다가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의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 앞에 서 있다. 정치의 대가를 국민에게 떠넘길 것인가, 아니면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가. 역사는 이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