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주가 시끄럽다. 2026년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은 물론 주지사,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서 ‘선거구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도대체 캘리포니아와 택사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발단은 텍사스 공화당 지난 8월 23일 선거구 재조정안을 통과시킨데서 시작된다. 이 선거구 재조정안은 202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최대 5석의 연방 하원의석을 추가로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인 이민자 등 소수계 밀집 지역을 쪼개 백인 우세 지역에 편입시키는 방식이 동원됐다. 한인들 사이에 ‘인종 게리맨더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맞서 캘리포니아는 민주당에 유리한 ‘트리거 법안(Proposition 50)’을 주민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의 서명으로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은 오는 11월 4일 특별선거를 통해 새 선거구의 승인 여부를 직접 결정하게 된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주의 접근법은 대조적이다. 프린스턴 대학 선거발전연구소 (Electoral Innovation Lab)의 샘 왕 소장(Sam Wang)은 “텍사스는 사실상 무법지대처럼 주법상 제약이 없지만, 캘리포니아는 주 헌법에 절차가 명문화돼 있어 반드시 유권자 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는 통상 10년마다 독립적인 시민 선거구재조정위원회를 통해 선거구를 획정해왔으나, 이번에는 텍사스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15년 만에 위원회 절차를 우회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한인 이민자 등 소수계 유권자들이다. 텍사스주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이자 아시아계 하원의원인 진 우 의원(Rep. Gene Wu)은 “이대로라면 텍사스에서 백인 40만 명당 1명의 대표를 갖는 반면 라티노는 150만 명, 흑인은 250만 명이 모여야 대표를 배출할 수 있는 불평등이 고착된다”고 경고했다.
왕 소장은 이번 텍사스 지도를 “현대 투표권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게리맨더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중립적 절차라면 얻을 수 없는 5~7석을 공화당이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은 2013년 연방대법원이 확정한 투표권법의 핵심 조항인 ‘사전승인(preclearance)’ 제도를 무력화한 데 있다. NAACP 법률방위기금 소속 사라 로하니 (Sara Rohani) 변호사는 “2020년 인구조사 이후 첫 선거구 재조정이 투표권법 사전승인 제도 없는 상태에서 진행돼, 차별적 선구구 무더기로 통과됐다”며 우려를 표했다.
민권 단체들은 이미 소송 준비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연방 대법원에서 루이지애나 선거구 관련 재논의가 예정돼 있어 판결 결과에 따라 전국에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토마스 사엔즈(Thomas Saenz) MALDEF 회장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의 맞대응으로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며 “결국 연방 차원의 투표권법 개정이 없으면 선거 때마다 ‘게리맨더링 전쟁’이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지도 전쟁’은 미국 민주주의에 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선거구 경계선 하나가 수백만 유권자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과연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미국 민주주의 이상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백인, 흑인에 대해 절대 소수인 한인과 아시안들은 본인들이 살고 있는 한인타운 선거구가 어떻게 확정되고 있으며, 2026년 중간선거에서 누가 의원으로 뽑히는지 관심을 거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