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게 다양한 취미 생활을 배울 기회를 마련한 ‘행복대학’에 나도 참가한다. 이곳에는 각종 악기와 운동, 영어, 수학, 노래, 성경 등 여러 강좌가 있고, 점심 전에는 ‘행복 토크’ 시간에 참가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눈다.
이번 주 행복토크 주제는 ‘기도의 응답을 받은 경험’이었다. 남자들만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돌아가며 나눈 이야기들은 영화보다도, 소설보다도 더 진실되고 흥미로웠다. 그중 한 분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내가 들으며 상상하고 이해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면 이렇다.
“1975년, 나는 미국에 왔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젊은 날 눈앞에 두 갈래 길이 보였다고 했다. 학업을 이어가 성공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돈을 벌어 기반을 다진 뒤 공부를 계속할 것인가? 그는 망설이지 않고 돈을 택했다.
첫 일터는 고등학교 청소 현장이었다. 시급은 고작 2달러 50센트. 하루 10시간을 일하면 한 주에 백 달러 남짓 벌었다. 그는 남들과 다르게 했다. 두 배 폭의 대걸레를 들고 훨씬 빠르고 깨끗하게 바닥을 닦으니 시간이 덜 들었다. 관리자는 처음에 그가 농땡이를 부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반짝이는 마룻바닥 앞에서 의심은 곧 감탄으로 바뀌었고, 더 많은 일이 그에게 맡겨졌다.
그는 깨달었다. “성실에 지혜를 더하면 길이 열린다.” 실제로 많은 한인들이 청소 회사를 세워 큰 부자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길을 택했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공장으로 들어갔다. 밑바닥부터 배우며 차츰 인정을 받았지만, 그곳에서의 전망은 한정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인 잡화상에서 물건을 받아 팔아보게 되었다. 놀랍게도 장사는 잘 풀렸다. 정직과 열정을 쏟자 손님이 몰렸고, 결국 그는 가게를 열었다. 땀 흘려 번 돈은 땀 냄새마저 달콤하게 느껴졌다. 장사를 하다보니 그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인 것은 1979년의 한 생각이었다. “가게가 들어 있는 건물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세를 내지만 다른 가게들도 세를 내고 있으니, 세만 받아도 한 달에 만 불이 넘을 것이다. 만약 저 건물을 사서 모기지를 갚고 나면, 노후에도 든든히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때부터 그는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 건물을 소유하게 해 달라고. 백일 동안 매일같이 무릎을 꿇고 교회에서, 집에서, 새벽과 밤마다 같은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기도의 끝자락에서, 그는 꿈을 꾸었다. 사고 싶던 건물이 불길에 휩싸여 활활 타올랐다. 폭삭 무너진 빈터에서 재가 바람에 날렸다. 기쁨도 슬픔도 아닌, 눈부신 불꽃의 현란함만이 남았다. 놀라 깨어난 그는 곧장 건물로 달려갔다. 건물은 여전히 굳건히 서 있었다. 며칠 후, 기적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건물주가 조건이 맞으면 팔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건물을 샀다. 그것이 40여 년 전의 일이다.
이제 그는 은퇴했지만, 아들이 그 자리에서 장사를 이어가며 건물도 관리한다. 매달 들어오는 수입으로 그는 여유로운 노후를 보낸다. 기도로 얻은 응답이 세월의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기둥이 된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떠올랐다. 상아로 여인상을 조각한 피그말리온이 그 조각상이 살아 움직이는 여인이 되기를 기도했고, 마침내 신의 응답으로 조각상이 여인으로 변해 함께 살게 되었다는 신화다.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이 생겼고, 목표를 세우고 간절히 기도하며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다.
내가 전에 살던 곳에서도, 이분과 비슷하게 건물 투자로 부자가 되려던 이들이 있었다. 큰 건물을 소유하는데 까지는 성공했다. 쇠공장과 자동차 공장이 도시에서 떠나자 사람들도 떠나고, 그 들이 소유한 건물들의 가치는 폭삭 내려앉았다.
번영하는 도시에 지금도 사람들이 더 모이고, 건물 값이 계속 오르는 도시에 큰 상가 건물을 가지신 이야기의 주인공은 자신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운이 좋은 분이고 신의 축복을 받은 분이다. 그가 소유한 건물이 있는 곳이 40년 후에도 계속 번성하는 도시로 남을 것까지, 그는 계산에 넣지 않았어도, 그렇게 된 것은 그의 운이요, 신의 보살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