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아메리칸 정의진흥협회(AAAJ) 애틀랜타지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 등 이민단체는 27일 오후 8시 한인들에게 이민 단속에 대응하는 방법을 줌 세미나로 공유했다.
최근 조지아주 엘라벨 소재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이민 단속 중 한국인들이 대거 체포되면서 한인사회 내에서도 ‘불시’ 이민 단속에 대한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이제는 한인 커뮤니티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체감한 것이다.
세미나는 먼저 제임스 우 AAAJ 대외협력부장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역할, 이민자의 권리 등을 설명하면서 시작됐다. ICE는 국토안보부(DHS) 산하 기관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서 불법체류자 등을 단속한다. 표식이 없는 차량을 사용하고, 제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체포에 나서기도 하며, FBI(연방수사국), 지역 경찰 등을 사칭하기도 한다. 우 부장은 “조지아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법안(HB1105) 때문에 경찰과의 접촉이 ICE 접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조지아뿐 아니라 테네시, 앨라배마에서도 유사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 정책이 강화된 지금 이민자가 가지고 다니면 유용한 서류로 신분증, 영주권, 취업허가증(EAD 카드), I-94(입출국 기록) 등이 있다. 반면 외국 신분증 또는 출생지가 표시된 신분증은 집에 놔두는 것이 좋다.
AAAJ에 따르면 만약 이민당국 요원을 마주쳐 단속 대상이 될 경우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 ▶변호사 없이는 아무거나 서명하거나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권리 ▶통역을 요청할 권리 ▶사법 영장 없이는 접근을 거부할 권리를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
특히 두 가지 영장의 차이점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국토안보부에서 발급한 ‘ICE 영장’은 법원에서 판사의 서명이 적힌 사법 영장(judicial warrant)과 다르기 때문이다. 사법 영장에는 주소, 기간, 장소, 대상자 등 수색 범위 관련 세부 사항이 포함돼 있다. 가령 집 또는 공공장소에서 요원이 “영장이 있으니까 질문하겠다”며 보여준 영장이 ICE 영장이라면 거부할 권리가 있다.
ICE가 집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사법영장 또는 거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판사가 서명한 영장이 없으면 FBI라고 사칭하는 등의 ‘속임수’를 쓸 수도 있다. 집에 있는 어린 자녀가 문을 열어줘도 ‘동의’로 간주될 수 있어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차량을 정지시키는 데 영장은 필요하지 않고(차량 수색에는 필요), 신분증을 요구하면 제시 의무는 운전자에게만 적용된다고 우 부장은 덧붙였다.
아울러 우 부장에 의하면 ICE가 데이터 수집의 일환으로 내 휴대전화를 통해 개인정보를 획득하려 할 수 있는데, 잠겨 있는 휴대전화를 열기 위한 비밀번호는 영장이 없을 경우 보호되지만, 지문이나 얼굴 인식으로 열리는 경우 보호되지 않는다.
공공장소에서 ICE가 개인을 수색하기 위해서는 동의 또는 사법 영장이 필요하지만, 개인을 멈추거나 제지하는 데는 영장이 필요하지 않다. 개인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사법 영장 또는 개인이 미국에 체류할 수 없는 상태라는 증거 또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AAAJ는 전했다.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도, 이를 이유 삼아 체포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세미나에 참석한 이종원 변호사는 “영장 없는 수색과 체포는 위법이다. 가만히 있는다고 구금될 수는 없다”면서도 “차에 술이나 총이 있다면 영장 없는 수색이 가능해지고, 경찰관에서 욕설하거나 몸을 밀치면 체포될 수 있으니 그런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우 부장은 단속 시 “절대 거짓말을 하거나 위조된 문서를 보여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공장소에서 ICE가 자신을 멈추게 한다면 “저는 갈 수 있나요?(Am I free to leave?)”라고 침착하게 물어보고 자리를 떠날 수 있다. 만약 갈 수 없다고 한다면 권리를 주장하면 된다. 스마트폰에 ‘Know Your Rights’ 앱을 다운 받아 놓으면 긴급한 상황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지원이 필요하면 핫라인 1-844-500-3222에 전화할 수 있다.
식당, 미용실 등 사업장으로 ICE 단속을 나오기도 한다. 이 때 사적 공간, 공적 공간에 따라 권리가 달라지는데, 식당은 사유지이긴 하지만, 장사를 하는 곳 특성상 식사를 하고 열려 있는 공간은 ‘공공장소’로 통한다. 따라서 사무실, 직원 휴게실 등은 ‘프라이빗,’ 또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 등의 표시로 구분해놓는 것이 좋다.
이민 당국 요원이 사업장에 온다면 먼저 영장이 있는지 물어보고, 없다면 일단 사업장 밖으로 유도 후 권한이 있는 사람(사장 또는 매니저)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할 수 있다. 직원 이름이 적힌 영장을 제시한다면 해당 직원이 오늘 근무 중인지 말하거나 수색에 협조할 필요는 없지만, 숨기면 안 된다.
또 ICE 급습을 목격하면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단속을 방해하거나 몰래 촬영해서는 안 된다. 촬영이 제지당한하면 후에라도 본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 좋다. ICE 요원이 자신들을 어떻게 소개했는지, 수색 동의가 있었는지 등을 기록하면 된다. 단, 단속 중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거나 도망가는 행위는 위험하게 간주될 수 있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