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뉴올리언스에서 동북쪽으로 뻗은 낯선 길로 들어섰다. P는 I-10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 사용하던 옛길이라고 알려주었다. 한적한 도로였다. 얼마 지나 좁고 녹슨 다리를 건넜다. 곧이어 나무 방파제가 있는 길가에 차를 세웠다. 나무 방파제는 낡았고 갓길에는 쓰레기가 너저분했다. 보통은 이곳에 차를 세울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나중에 지도를 살펴보니 그곳은 물이 폰차트레인 호수에서 보른 호수로 흘러가는 길목이었다. 낚시꾼에게는 특별한 곳이었다.
P부부는 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에 물고기가 잘 잡힌다고 이구동성으로 알려주었다. 그 외의 시간에는 물고기가 거의 잡히지 않으며 너무 더운 여름과 겨울에는 낚시하기가 힘들다고 하였다. 우리가 낚시터에 도착했을 때, 해는 이미 지평선을 벗어나 있었다. 좀더 서둘러야 했을까? 햇빛은 습지 위 부시시한 관목의 실루엣을 따라 그윽하게 번졌다. 그리고 우리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노인이 피우는 매캐한 마리화나 냄새는 우리 쪽으로 번졌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낚시할 채비를 서둘렀다. P부부는 낚시 먹잇감으로 살아 있는 새우를 가져왔다. 직접 잡았단다. 우리 가족에게 어떻든지 물고기를 잡게 하고 싶은 그들의 마음이 전해졌다. 고마웠다. 릴낚시 던지는 법도 알려주었다. 검지로 줄이 늘어지지 않게 긴장을 조절한다. 그러다 낚시대를 앞으로 튕기며 줄을 적당한 때에 놓아야 한다. 일찍 놓으면 추가 코 앞에 떨어지고 만다. 나는 서너 번 P의 도움을 받았다. 내 힘으로 던진 낚시추가 개천 저쪽 가장자리 가까이 날아가면 기분이 좋았다.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우리 부부는 물고기를 한 마리씩 잡았다. 초보자의 행운이었다. 모두 캣피시였고 물로 돌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낚시줄이 당겨지니까 당황하여 낚시대를 얼른 P에게 넘겼다. 그 바람에 손맛이라는 걸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아쉬웠다. 나의 아들은 캣피시를 잡기도 하고 거두는 과정에서 놓치기도 했다. P는 우리를 돌보면서도 트라우트와 블루크랩을 한 마리씩 잡았다.
어수선한 순간이 지나고 보니 해는 나무 꼭대기를 벗어나 있었다. 물 위로 햇빛이 쏟아졌다. 윤슬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지러웠다. 지난밤부터 불던 바람이 잦아들지 않았다. 풍속이 12mph. 5mph이하이거나 바람 없는 날이 낚시하기에 좋다고 했는데… 다들 화장실도 가고 싶다고 했다. 그 자리를 떠날 때였다.
우리는 다른 낚시 장소로 이동했다. 고속도로 옆으로 난 서비스도로가 끝나는 곳에 다리가 있었다. 그곳에는 이미 서너 명이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한 사람은 통발로 꽤 많은 블루크랩을 잡았다. 게 잡는 명당인가 보다. P는 게가 좋아하는 닭 모가지도 준비했다. 우리는 다른 낚시꾼처럼 게라도 많이 잡히길 바랐다.
한 시간 정도 지났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피로가 슬슬 몰려왔다. 다른 사람들도 왔다가 금방 돌아갔다. 나는 고기 잡기에서 릴낚시 잘 던지기로 목표를 수정했다. 나는 다리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낚시 던지기를 하다가 그만두었다. 나와는 달리 아들은 우두커니 서있다가 고기를 잡았다. 그것도 두 번이나! 캣피시여서 다시 놓아주기는 했지만, 아들은 무척 좋아라 했다. 거기서는 P가 잡은 블루크랩 한 마리가 전부였다.
우리는 점심으로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다. 바람 부는 날과 따뜻한 국물은 제대로 어울렸다. 점심 먹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P와 대화하면서도 눈은 반쯤 감긴 상태가 되고 말았다. P 부부는 깨끗이 손질한 트라우트 한 마리, 블루크랩 두 마리, 그리고 수십 마리의 살아 있는 새우를 얼음에 재워 우리에게 주었다. 그것들을 라면에 넣어 끓여 먹으면 먹을 만하다고 알려주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 그것들을 분리해서 얼른 냉동했다. 새우는 다음 낚시에서 미끼로 사용하기로 정했다. 그리고 라면은 쇼핑 목록에 추가했다.
아들은 낚시가 좋다며 또 가자고 연거푸 말했다. “그러게. 엄마는 한 마리 밖에 못 잡았는데 산이는 여러 마리 잡았네!” 맞장구를 쳤다. “나 기도했어.” 아들이 말했다. “뭐라고? 물고기 잡게 해 달라고?” 내가 물었다. “응!” 아들이 대답했다. 낚시가 이렇게 간절하고 사귐이 있는 활동이었나? 감사하게도 기억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