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19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운 달 사이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 우리가 앞면만 보고 진실을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순간, 나머지 절반의 진실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영화는 시작된다.
넷플릭스에서 2025년에 개봉 된 따끈한 신작인 이 영화는 풍자와 패러디가 혼합된 블랙코미디물이다. 우리가 보는 뉴스는 진실일까 아니면 그저 보기 좋게 편집된 ‘좋은 뉴스’일 뿐일까? 영화의 제목이 주는 굿뉴스라는 뉘앙스에서 우리는 왠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영화는 두명의 주인공이 이끌어 간다. 설경구가 연기한 ‘아무개’와 홍경이 연기한 ‘서고명’ 중위가 그들이다. 아무개는 능청스러운 태도 뒤에 통찰을 감춘 인물이고 서고명은 원칙을 지키려는 보수적인 군인이지만 출세에 대한 욕망을 떨쳐내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들은 비행기 납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만나게 된다. 감독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인질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관료들의 무능과 아전인수격인 뉴스를 웃음을 자아내는 방식으로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가벼운 코미디 물을 보듯 경쾌하게 웃다보면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비행기 납치 사건이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고 그 위에 픽션을 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반은 진실이고 반은 허구라는 달의 비유가 떠오르며 더욱 흥미가 당겼다.
1970년 일본 하네다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급진적인 일본 단체인 적군파에 의해 납치된다. 이 피랍 사건은 각각의 입장과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인질 구출이라는 사건의 본질은 상황에 따라 변질되고 우선 순위는 뒤바뀌며 진실은 가려진다. 국가는 인질들의 생명을 존중한다고 선전하면서도 조직과 권력을 먼저 생각한다. 항공사의 대표는 승객은 우리의 가족 이라 외치면서 주가 하락을 걱정한다. 중앙정보부 박부장은 인권을 강조하며 그 속에 자신의 권력욕을 숨긴다. 비서실에서는 박부장을 견제하고자 전투기마저 출격시키는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인명존중의 명분을 앞세운 미국은 항공법을 어긴 책임을 대한민국에게 넘긴다. 모두가 납치된 인질들을 걱정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들의 진짜 관심사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작전이 실패하자 모든 책임은 아무개와 서고명에게 돌아간다. 이때 아무개는 가능성이 있는 사실 한조각을 진실인 것처럼 만들어 버린다. 승객들 명단에서 한국인 성씨를 찾아 인질 중에 한국인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흘린 것이다. 민중은 동포를 구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국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정부는 해결책을 마련하고 사건은 해결된다. 얼마간의 사실, 약간의 창의력, 사람들의 믿으려는 의지, 이 세개가 합쳐지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아무개는 확신에 차서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우리가 보는 뉴스가 진실을 말한다고 확신 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모든 사건이 끝나자 아무개가 서고명에게 묻는다. “굿뉴스 배드뉴스 어느 걸 먼저 들을래?” 적군파의 총도 폭탄도 모두 가짜라는 배드 뉴스 그리고 서고명의 인터뷰가 모두 사라졌다는 굿뉴스. 하지만 출세를 바라는 서고명에게 그것은 굿뉴스가 아니었다. 항의하는 서고명을 향한 아무개의 대답은 간단했다.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 다행이지.” 이 말은 이번 사건을 발설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밝은 앞면의 달과 어두운 뒷면의 달은 중요한 은유를 담고 있다. 우리는 달의 뒷면을 보지 못한다. 아무개와 서고명은 달의 뒷면처럼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다. 사람들은 승객을 구했다는 결과만을 볼 뿐 그 뒤의 욕망과 은폐는 보지 못한다.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고 뉴스는 사실과 달랐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라는 아무개의 말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달의 뒷면도, 감춰진 진실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그것들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보는 뉴스는 진실의 일부일 뿐이며 노력하지 않으면 편집된 뉴스를 진실로 믿게 된다는 것을. 감춰진 뒷면을 들여다보려는 용기. 그 용기는 우리를 진짜 진실 앞에 데려다 줄 것이다. 하늘 높이 떠 있는 달이 오늘은 더 환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