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안팎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밖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불체자 단속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유학생 비자 취소 등 반이민 정책의 거센 바람이 몰아치며 한인사회도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 한인사회 내부에서도 크고 작은 성장통을 겪었다. 둘로 갈라진 한인회와 진영 다툼이 이어졌다. 경제 분야에서는 두 한인은행이 합쳐 몸집을 키웠고,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정치력 신장을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둘루스 시의회에 첫 한인 의원이 선출됐다. 현대차 메타플랜트 준공을 비롯,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는 한인사회의 외연을 확장시키면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도약대를 제공했다. 희비가 교차했던 한해를 되돌아본다. <편집국>
1. 조지아 한국인 근로자 구금사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소속 요원들이 지난 9월 4일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사바나에 공동으로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에서 현장 직원들의 몸과 다리를 수갑과 쇠사슬로 묶고 있는 모습. 사진 ICE 동영상 캡처
지난 9월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부지 내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공사 현장을 급습, 근로자 475명을 체포했다. 이중 한국인 근로자는 LG엔솔 46명, 협력업체 204명,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업체 67명 등 317명으로 일주일간 열악한 환경의 포크스턴 구치소에 억류돼 있다 풀려났다. 한국 기업의 단기 출장이 중단되고, 남아있던 주재 인력마저 한국으로 철수하며 사바나 지역의 한인 비즈니스가 사실상 ‘올스톱’ 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로 인해 한인사회는 한미동맹 관계를 의심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 신설 등 근본적 대책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2. 이민사회 불체자 단속 광풍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전방위 고강도 이민단속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인사회에도 반이민정책의 찬바람이 불었다. 일부 한인 불체자들은 자진출국을 선택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불체자들은 칩거 상태를 면치 못했다. 합법적인 체류자들도 단속에 걸릴 것을 대비해 이민 서류를 가지고 다니거나, 행동 요령을 미리 숙지할 정도로 이민사회에 큰 충격을 미쳤다. 이민당국의 마구잡이식 단속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가 확산되면서 식당과 주류판매점 등 한인 비즈니스도 타격을 받았다.
3. 애틀랜타 한인회 분규

12월 18일 노크로스에 있는 한인회관 외관. 간판이 녹슬어 있다.
이홍기 회장이 이끄는 한인회와 비상대책위원회, 박은석 회장이 이끄는 한인회간 분열과 대립이 지속된 한해였다. 지난 2월 ‘애틀랜타 한인회 재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이홍기 한인회장의 한인회 재정 운용 의혹과 관련, 은행 계좌 내역을 공개하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귀넷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비대위는 온라인 투표로 이 회장의 탄핵안을 통과시키며 압박을 가했다. 비대위는 지난 5월 박은석 씨를 새 회장으로 선출하면서 애틀랜타 한인회는 두 개로 쪼개졌다. 두 한인회는 광복절 기념식, 코리안 페스티벌 등을 따로 개최했다. 지난 7월 이홍기 한인회는 차기 회장으로 유진철 이사장을 선출했다. 양측의 민사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4. 메트로시티은행·제일IC은행 합병
백낙영 회장(오른쪽)과 김화생 행장이 12월 3일 오후 도라빌 본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합병 경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타주 한인은행들이 잇달아 조지아주에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애틀랜타의 토착 한인은행인 메트로시티은행과 제일IC은행이 지난 3월 인수합병에 전격 합의했다. 이어 12월 1일 메트로시티은행이 제일IC은행 인수대금을 치르며 합병 절차를 마무리했다. 인수 대금으로 현금 1억1063만 달러와 주식 338만4588주를 합쳐 1억9805만 달러가 지급됐다. 제일IC은행 주주가 대부분 한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인사회에 현금 1억1000만 달러가 풀린 셈이다. 메트로시티는 이번 합병을 통해 동부와 서부를 아우르는 지점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타주 은행들의 진출에 대응해 조지아 시장을 방어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두었다.
5. 둘루스 첫 한인 시의원 탄생
4일 개표행사에서 사라 박 후보가 환하게 웃고 있다.
11월 조지아 지방선거에서 한인 사라 박(40)씨가 둘루스 시 첫 아시아계 시의원으로 당선돼 내년 1월부터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한인사회는 박 씨의 출마 선언 시점부터 유권자 등록 독려를 위한 자원봉사와 가가호호 방문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며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한 단합된 의지를 보였다. 그 결과 박씨는 두 달만에 후원금 9만달러를 모아 현직 의원을 5배 득표수로 넉넉히 따돌리고 승리했다. 직전선거인 2021년 투표수 1313표에 비해 올해 2배 많은 2527명이 투표소를 찾았다. 한인 투표자 수는 전체의 7% 수준인 180명으로 추정된다.
6.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성공적 개최

4월 19일 둘루스 개스사우스 컨벤션센터에 차려진 기업 전시장.
한상경제권 구축을 위한 제23차 세계한인비즈니스 대회(WKBC)가 4월 조지아주 한인타운 중심지인 둘루스에서 나흘간 열렸다. 2023년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 개최 이래 미국에서 두번째로 열린 대회다. 행사 기간 중 기업간 비즈니스 상담 805건, 업무협약(MOU) 115건이 진행됐다. 이를 통해 4990만달러 규모의 현장 계약이 체결되고, 4500만달러의 미국 현지 공장 건설 계약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7. K컬처 열풍 속 코리안 페스티벌 성황

10월 4일 케이팝 경연대회 우승자 무대를 앞두고 관중이 모였다.
올 한해 K팝, K푸드 등 K컬처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불어 한인사회 각종 행사와 비즈니스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지난 10월 열렸던 동남부 최대 규모 한인 축제인 코리안 페스티벌에는 이틀간 10만명의 방문객이 몰릴 정도로 다양한 인종 커뮤니티의 열광이 있었다. 지역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브래드 라펜스퍼거 주 국무장관, 조시 맥로린 주 상원의원 등 지역정치인 약 20명이 축제 개막식을 방문, 축사를 전했다. 주정부와 귀넷 카운티는 ‘코리안 페스티벌의 날’ 제정 결의안을 전달했다.
8. 뉴노멀 된 고환율 희비 교차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한인사회의 희비가 엇갈렸다. 유학생, 주재원, 임시 체류자 등 한국발 송금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미국에서 쓸 수 있는 돈이 크게 줄어든 반면 한국을 방문하는 한인들은 달러 강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원화 환율은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1400원대로 올라선 뒤 1460~147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1월 평균 환율은 1460.44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 3월(1488.87원) 이후 월평균 기준 최고치다.
9. 유학생 비자 취소·취업 제한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사진.
트럼프 행정부는 반이민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4월 유학생 비자를 6000건 이상 취소시켰다. 또 5월부터 유학생 및 교환방문 비자 인터뷰를 잠정 중단하고 비자 신청자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국 유학생 5명을 포함해 전국 133명 학생이 비자 취소 부당 소송을 제기, 조지아주 연방법원의 신분철회 무효화 결정을 이끌어냈지만 추방 불안은 여전하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OPT(졸업 후 현장실습) 신분의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하는 업체를 상대로 불시 현장 조사에 나서고 있다.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던 조지아주 외국인 유학생 증가폭은 올해 가을학기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10.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준공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브라이언 카운티 엘라벨 시에 세운 최첨단 제조공장 메타플랜트의 준공식을 가졌다. 2022년 10월 첫 삽을 뜬 메타플랜트는 조지아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유치 사업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 배터리 공장을 포함, 총 76억달러가 투입됐다.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 준공을 지렛대로 미국 내 자동차 100만대 생산체제 구축을 목표로 내세웠다. 또 향후 20만대를 증설해 총 120만대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메타플랜트 건설과 협력업체들의 진출은 한인사회에 다양한 직·간접 영향을 미쳤다.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셀러들에게 지금 매물을 내놓지 말라고 조언한다. [AI 생성 이미지]](https://www.atlantajoongang.com/wp-content/uploads/2025/12/KakaoTalk_Photo_2025-12-08-06-37-48-350x250.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