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부와 동부 전역에 강력한 겨울 눈 폭풍이 예보되면서 주민들이 식료품과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고, 항공편 수천 편이 잇따라 취소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정전에 대비해 발전기와 방한용품이 동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3일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번 겨울 폭풍은 로키산맥이 있는 콜로라도·뉴멕시코 상공에서 시작해 주말 동안 동쪽으로 이동, 24일 텍사스주를 거쳐 25일 동부 해안에 도달할 전망이다. 미 전역에서 약 1억4000만 명이 폭풍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폭설과 혹한 예보가 이어지자 중·동부 지역 주민들은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 몰려 식료품과 생필품을 미리 비축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진열대 물품이 동났고 계산대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폭설(snow)과 대재앙(apocalypse)을 합친 ‘스노포칼립스(Snowpocalypse)’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시 제설차가 노스 아카데미 대로 남쪽 방향 차로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로이터]
정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텍사스주에서는 겨울 폭풍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246명이 숨진 바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전력망이 잘 준비돼 있다”고 밝혔지만, 댈러스 일대 상점에서는 발전기와 방한용품이 빠르게 소진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각 주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현재까지 12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와 사전 대비를 당부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뉴욕주 전역에 30∼45㎝의 폭설이 예상된다”며 “폭설과 극심한 저온이 결합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식료품과 처방약 등 필수품을 미리 확보해 둘 것을 권고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겨울 폭풍으로 주택가가 눈에 덮여 있다. [로이터]
항공 교통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23일 오후 기준 24일 예정된 항공편 가운데 아메리칸항공은 19%,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7%를 각각 취소했다.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 국제공항에서는 예정 항공편의 약 3분의 2가 결항됐다. 델타항공은 이번 폭풍으로 주말 사이 약 80개 미국 도시 노선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관계자들이 대규모 겨울 폭풍에 대비해 제설·제빙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이번 겨울 폭풍은 미국 동부 전역에 눈과 얼음, 한파를 동반해 교통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보됐다. [로이터]
국적 항공사도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어프레미아는 미국 중·동부 노선을 중심으로 총 18편을 결항 조치했다. 대한항공은 26일까지 뉴욕·워싱턴·보스턴·댈러스·애틀랜타 노선 등 14편을 취소했고, 아시아나항공과 에어프레미아도 뉴욕 노선 왕복편을 결항했다. 기상 상황에 따라 추가 결항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 NBC 방송은 “이번 겨울 폭풍이 미 대륙의 절반 이상을 강타하며 광범위한 피해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항공편 취소와 폭설, 혹한이 겹치면서 주말 이동과 일상 전반에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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