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 시대라고 하지만, 주변에서 백세 가까이 건강하게 사는 사람을 직접 만나기는 쉽지 않다. 내가 다니는 체육관에서 자주 만나는 미스터 영(Mr. Young)은 올해 아흔다섯인데,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백세를 훌쩍 넘겨도 건강하게 살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는 나보다 나이가 훨씬 위이지만, 나보다 더 젊어 보인다. 여러 번 체육관에서 마주치며 그는 타이완에서 온 사람이고 이름이 조지 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운동을 하다가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우리는 체육관 매점 옆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무엇을 마실까 하며 메뉴를 보는데, 그는 노란빛이 도는 액체가 담긴 물병을 들어 보이며 웃었다. 늘 가지고 다니는 녹차라며 다른 것은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언제나 녹차병을 가지고 다녔다.
일주일에 몇 번이나 체육관에 나오느냐고 물으니 여섯 번 온다고 했다. 와서는 무엇을 하느냐고 하니 트레드밀에서 30분을 걷고 나서 팔, 다리, 허리 근육을 쓰는 운동 기구 일곱 가지를 차례로 사용한다고 했다. 가끔 체육관 안을 빙 돌아 걷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하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트레드밀을 누가 쓰고 있으면 기다리느니 그냥 체육관 안을 걸어요.”
다른 운동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일주일에 하루 체육관에 오지 않는 날는 집안 청소를 한다고 했다. “청소를 직접 하세요?” “루틴이 되었어요. 몸도 움직이고 집도 깨끗해지고, 좋은 운동이지요.”
취미를 묻자 텃밭 이야기가 나왔다. 채소를 가꾸고 꽃을 키운다고 했다. 책도 읽고, 신문도 매일 읽는다고 했다. 식사는 특별한 건강식을 하느냐고 물으니 고개를 저었다.
“특별한 건 없어요. 너무 짠 것, 인공 조미료만 피하고, 늘 먹어 오던 음식 그대로 먹어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관리하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체육관에서 내가 기다리는 운동 기구에 하루 종일 앉아서 운동은 하지 않고 휴대폰만 보는 사람, 기구를 내려놓을 때 쿵 꽈당 큰 소리를 내는 사람, 그런 일을 당하면 화가 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화내서 뭘 해요. 다른 운동 하면 되지요. 소리가 싫으면 다른 데로 가면 되고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늙어서 매일 30분 걷기만 해도 건강하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말은 쉬워도 실천은 쉽지 않다. 비가 오나, 덥거나 춥거나, 기후나 계절과 상관없이 늘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체육관 안에서 그는 매일 걷고, 매일 근육을 쓴다. 노인은 근육을 쓰지 않으면 빠르게 약해진다고 하는데, 그는 그것을 몸으로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아흔다섯의 나이에도 화단을 가꾸고, 텃밭에서 채소를 길러 먹고, 녹차를 병에 담아 다니며 마시고, 책과 신문을 읽는 습관을 지키는 사람. 그래서인지 그의 얼굴에는 나이를 잊게 하는 평온함이 있다. 몸도 건강하지만 마음이 더 건강해 보인다.
그는 타이완에서 젊은 시절 고등학교 역사 교사를 했다고 한다. 마흔이 넘어서 미국 유학을 왔고, 공부가 어려워 그만 두고 뉴욕의 중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식당 운영에 참여하며 돈을 모았고, 그린카드를 얻은 뒤 가족을 불러왔다고 했다. 아들 하나, 딸 둘을 좋은 학교에 보내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공부를 대신 이루게 했고, 아들은 의사가 되었고 두 딸은 연방 정부의 고급 공무원이 되었다고 했다. 교사였던 그의 아내도 지금 여든여덟인데 건강하다고 했다.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낯설지 않았다. 늦은 나이에 미국에 와 공부를 시작한 것, 부부가 교사를 했던 것,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고생을 견딘 것, 나의 삶 과도 닮은 구석이 많았다. 나 역시 미국에서 처음 교수 생활을 시작했을 때 너무 힘들어 모든 것을 그만두고 뉴욕에 가서 장사를 할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미스터 영을 지금처럼 건강하게 만든 원인들은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주일에 여섯 번 체육관에 나와 몸을 움직이는 그의 습관, 그리고 매일 지켜 온 절제된 생활이 그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틀림없다. 병에 담아 다니는 녹차 한 병에도 그의 삶의 태도가 들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5년만 더 살면 그는 백세가 된다. 나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먹는 것을 조심하며 살아간다면, 그가 백세가 되어도 여전히 체육관에 나와 걷고 있는 모습을 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꼭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