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불어오는 꽃과 풀 내음이 가슴을 살살 간지럽히는 봄이다.
이맘때가 되면 마음이 앞서 꽃을 찾고 연한 새순을 따라 눈길을 주다 보면 내 마음을 빼앗는 녀석 들이 있다. 어디에 심어 놓아야 요녀석들이 뿌리를 내리고 제 모습을 뽐내며 살아갈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사 들고 온 작은 꽃들을 여기저기 심었다. 하지만 작고 여린 꽃들은 한철 아름다움을 뽐내고는 시들어 죽어 버리는 일이 많았는데 정성이 부족한 것인지 제대로 할 줄 몰라서 인지 아니면 그저 그 여린 꽃들의 생명이란 한해 활짝 피었다 시들어 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0년전에 뒷마당에 벗 꽃 나무 네 그루를 심었는데 봄이 되면 벗 꽃 놀이하듯 즐겨보겠다는 기대와는 달리 하나둘씩 시들 해지며 죽어 버리는 바람에 너무 속상해서 다시는 나무를 심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작은 꽃들을 심곤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화창한 날에 꽃구경 나갔다가 커다란 키에 벗 꽃이 피어 있는 나무가 눈에 띄었다. 오랫동안 접어두었던 마음이 다시 설레며 활짝 피어날 벗 꽃이 보고싶어 졌다. 나는 어느새 또다시 내 눈을 사로잡은 나무 두 그루를 사왔다. 땅을 깊게 파고 애틋한 마음을 가득 담아 정성을 다하여 심어 놓았다. 향기 내며 피어 있던 꽃잎들은 어느새 떨어져 나가고 초록의 잎들로 채워지고 있다. 벌써부터 내년 봄을 기다리게 생겼다. 이름도 지어주었다. ‘사랑’과‘평화’ 그 둘이 잘 자라 주어 내년 봄에는 우리 집 마당에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길 기대한다.
꽃들을 보면서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사람을 보면서 행복한 것이 더 큰 기쁨이 되어야 할 텐데 봄의 따뜻한 기운과는 상관없다는 듯 세상에선 그럴듯한 명목을 내세워가며 전쟁을 벌이고 있고 그 가운데서 안타까운 죽음과 소중한 자산들이 무참히 무너지고 부서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전쟁은 처음 내세운 이유와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가며 멈출 줄을 모르고 서로에게 공격을 하고 있다. 매일 들려오는 폭발음과 비명속에 살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당장 멈추어야 할 것이다. 세상에 전쟁이 없었던 시간이 존재했을까? 끊임없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공격을 하고 빼앗으려 하는 무법천지가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AI가 인간의 명령을 실행하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는 그 어느때 보다 더 잔인한 공격이 이루어지고 무고한 희생자 또한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인간은 세상이 발전했다고 말한다. 문명이 좋아졌으며 과학적으로, 수학적으로도 오차 범위를 줄여 보다 정밀한 공격이 될 수 있게 되었다며 개발된 무기를 찬송하고 자동화된 시스템을 더 믿는다.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을 만들어 놓고 서는 인간 스스로 고민하고 답하여 결정해야 하는 도덕과 정의를 미루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쟁을 보면서 전과는 다르게 가슴 철렁 내려 앉는 심정이 들었다. 서로 무기 자랑이라도 하듯이 공격을 하고 무너뜨리고 방어를 하면서 또 부셔버리고 마치 게임에서 흔히 보던 모습과도 같았다. 그래서 더 현실감 없이 그냥 게임처럼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 인 듯 무심히 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한 어린 아이들이 무참히 죽었다.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평화로웠던 그들의 일상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필요 없는 물건을 치우듯 제거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의 지도자를 마음대로 죽여 버리는 전쟁은 누구의 이해도 얻지 못할 무자비한 행동일 뿐이다.
“지구는 둥글고 세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우리는 모두 하나다.” 어린시절 내내 부르던 노래였다. 그 좋은 세상은 어디로 갔을까? 전쟁을 멈추고 하루빨리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날이 되어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다움을 잊지 말고 하나된 마음으로 가난한 나라를 돕던 그 따뜻한 마음이 다시 살아나길 바라며,
나는 이 봄에 두 그루의 벗 꽃 나무를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