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은 메디케이드(Medicaid) 탄생 60주년이었다. 1965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의 사회보장법 서명으로 시작된 메디케이드, 메디케어 프로그램은 수많은 저소득층, 노인 및 장애인에게 공공의료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탄생 60주년을 맞이한 메디케이드의 미래는 밝지 않다. 연방정부의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존립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크고 아름다운 법’ (big beautiful bill)이라는 아이러니한 이름의 법안은 향후 10년간 메디케이드에서 9000만 달러, 메디케어에서 5000억 달러를 삭감한다. 이름과 달리 그 내용은 결코 아름답지 않으며, 미국 공공의료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알타메디케어(AltaMed Health Service)의 최고 의료 책임자 일란 사피로 박사(Dr. Ilan Shapiro Strygler)는 이 법안으로 미 전역에서 1700만 명, 캘리포니아에서만 200만 명이 의료보험을 잃을 것으로 예측한다.
메디케이드는 단순한 보험이 아니다. 샤피로 박사는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과 이민자, 장애인, 아동, 고령층에게 생존의 기반이자 최후의 보루”라고 지적한다. 한인사회 노인과 저소득층의 절대다수도 메디케이드에 가입해 있다. 이들에게 메디케이드는 생명선이다. 그 줄이 끊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새 법안이 도입한 근로활동 증명 의무와 자격 갱신 주기 단축이다. 새 법은 메디케이드 가입자에게 6개월마다 “노동 또는 구직활동을 했다”는 증명 서류를 행정 당국에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장벽이 있는 이민자 및 저소득층이 근로활동 증멍 서류를 관계당국에 인터넷, 우편, 또는 인편으로 제출하기는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실제 수급 자격이 있고 메디케이드를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 장애인들마저 제도에서 밀어낼 것이다. 연방 의회감사국은 이 과정에서 약 480만 명이 보험 자격을 상실할 것으로 추산한다. 자동 갱신 제도 폐지와 소득 검증 기준 강화는 저소득층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는 연방정부의 메디케이드 제도 변화 맞춰 제도를 수정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시스템 자동화 강화, 행정 장벽 완화, 주정부 재원 투입 등을 통해 의료 안전망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대형 병원 기금 재분배, 고소득층 세제 조정 등을 통한 재원 확보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연방 보조금 300억 달러 축소를 주정부 혼자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라고 캐리 샌더스(Cary Sanders) 캘리포니아 범민족건강네트워크(CPEN) 정책국장은 지적한다.
미국의 의료 체계는 오래전부터 ‘부자들을 위한 최고의 의료, 가난한 이들을 위한 최악의 의료’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예산 삭감은 그 격차를 더욱 벌릴 뿐이다. 의료는 특권이 아닌 권리여야 한다는 원칙이 흔들리는 순간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나라에 빚이 많다. 가짜 메디케이드 수급자를 찾아내서 예산을 삭감하고 세금을 줄이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예산을 몇푼 절약하려다, 메디케이드 자격을 상실한 환자들은 재정적, 사회적으로 악형향을 끼칠 것이다. 예방 가능한 질병이 악화되어 병원 응급실을 채우고, 노동 생산성은 떨어지며, 의료비 부담은 가계 파산의 주요 원인이 된다. 결국 단기적 예산 절감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셈이다.
미국의 파편화된 의료보험 체계는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을 쉽게 사각지대로 내몰 수 있다. 이번 사태는 공공의료 시스템의 지속가능성과 보편적 의료 접근성이 정치적 결정에 좌우되는 위험성을 보여준다. 메디케이드 60주년을 맞은 지금, 미국 사회는 의료가 시장의 상품인지, 기본권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 앞에 다시 서 있다. 생명선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