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자금성(紫禁城)은 명, 청대에 걸쳐 24명의 황제가 거주하며 통치하던 황궁이다. 1988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마지막 황제’는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 푸이의 굴곡진 삶을 보여주는 영화다.
푸이는 황제가 될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시대의 격랑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포로로 모진 고초를 당하다가 풀려난 후에는 베이징에서 평민으로 새 삶을 시작한다. 천하를 호령하던 황제에서 일개 정원사가 됐지만, 그제서야 그는 누군가에게 이용되지 않는, 자신의 삶에 있어서의 ‘황제’가 된다. 그리고 다시 찾은 궁. 유년시절의 추억이 담긴 자금성이 이제는 돈을 내고 입장하는 관광지가 되어 있었다. 화려했던 시절의 흔적을 더듬으며, 푸이는 황제의 옥좌에 앉아 잠시 깊은 감회에 젖는다. 그때 궁 경비원의 어린 아들이 달려오며 따지듯이 묻는다. “여기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 돼요. 누구세요?” 푸이는 쓸쓸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중국의 황제였단다. 옛날에 여기 살았었지…”
자금성은 세계 최대 규모의 궁궐로, 800채 이상의 건물과 약 8707칸의 방이 있으며, 웅장한 11m 높이의 성벽과 4km의 둘레길을 갖추고 있다. 자금성을 가득 메운 자색은 기쁨과 행복을 상징하는 빛깔이며, 동시에 우주의 중심인 북극성을 상징한다. 북극성은 하늘에 궁전이 있는 곳. 하늘의 아들 곧 천자인 황제가 사는 궁전 역시 그 하늘을 상징하는 자색으로 지었다. 남과 북의 긴 축 위에 놓인 자금성의 건축물들은 모두 남향이다. 이는 남쪽의 양기를 받고 북쪽의 바람과 음기로부터 황궁을 보호하려는 의도다.
자금성은 철통같은 보안으로 황제를 지켰다. 바닥에는 걸을 때 경쾌한 발소리를 내는 특별한 벽돌이 깔려 있다. 이 벽돌의 효과는 음향만이 아니었다. 땅 밑에서 뚫고 올라올지도 모를 침입자를 막기 위해 40여장의 벽돌을 겹쳐 쌓았다. 성내에는 후원을 제외하고는 나무가 전혀 없다. 암살자가 나무에 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자의 거처지만 어쩌면 금으로 둘러싸인 감옥이었는지도 모른다.
톈안먼은 자금성의 정문이다. 톈안먼 광장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톈안먼 사태’다. 1989년 6월 4일 새벽 중국인민해방군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중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유혈 진압했다. 하루 뒤인 5일 톈안먼 앞 창안지에로 진입하던 탱크 행렬을 막아선 한 남성을 찍은 AP통신의 ‘탱크 맨’ 특종 사진은 세계를 진동시켰다. 톈안먼 사태 이후 그 남자의 근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텐안먼 사태의 정확한 사망자수는 지금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당시 베이징 시장 천시(陳希)는 “200명이 숨지고 3000여명이 다쳤다”고 했지만, 미국과 영국 정부가 기밀 해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사망자는 1만 명이 넘는다.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지난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의 80주년 기념 열병식은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도 톈안먼 성루에서는 한바탕 쇼가 펼쳐졌다. ‘반서방 ’결집을 주도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 주석 옆엔 ‘좌(左) 김정은, 우(右) 푸틴’이 함께했다. 북한엔 최고의 대접이다. 김정은은 이번 행사에 딸 김주애를 데리고 갔다. 김주애를 두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12세”라며 집중 조명했다. 매체는 “만약 김주애가 핵무장 은둔국가의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소녀가 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열병식장으로 향하면서 푸틴과 시진핑이 나눈 ‘불멸’에 대한 은밀한 대화도 화제다. 푸틴은 시진핑에게 “생명공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인간의 장기는 계속 이식될 수 있다. 오래 살수록 더 젊어지고, 심지어 불멸을 이룰 수도 있다”고 넌지시 말을 건넸다. 이에 대해 시진핑은 “일각에서는 금세기에 인류가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답했다. 방송 사고로 두 정상의 이 대화는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두 사람은 만 72세 동갑이다. 시진핑은 집권 12년, 푸틴은 집권 25년 됐다. 두 사람 다 헌법을 개정해 시진핑은 종신집권, 푸틴은 2036년까지 집권의 길도 열어둔 상태다. 현재 지명된 후계자도, 유력한 경쟁자도 없다. 이들에겐 건강이 장기 집권의 최대 관건인 셈이다. 생물학적 생명이 곧 권력의 생명이 되는 것이다. 3대 세습으로 집권 14년 차인 김정은 (41)은 두 사람의 ‘장수’ ‘불멸’ 대화에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전 세계 과학자들이 수명 연장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은 나오지 않았다. 불로장수약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제 아무리 독재자가 종신권력을 위해 발버둥을 쳐도 권력 역시 유한할 뿐이다. 역사의 초침은 오늘도 흘러간다. 그 시간 속에서 인생은 희로애락을 느끼며 울고 웃으며 살아간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에 우리의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