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벌어진 현대-LG공장 이민국 단속은 한인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총 475명이 체포되었으며, 이중 300명 이상이 한인 등 아시안, 그리고 나머지가 라티노들이었다.
그동안 한인들 사이에선 “범죄를 저지른 특정 인종만이 추방 대상이며, 한인들은 걱정할 필요없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번 단속은 한인들도 더 이상 이민국 추방에서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B1비자나 ESTA비자 등으로 합법적으로 입국해 ,공장 설립을 위해 일하던 한인 수백명이 순식간에 수갑과 족쇄를 차고 중범죄자처럼 다뤄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제 백인이 아닌 모든 인종은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역사를 보면 이 말이 과장이 아니다. 최근 UCLA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127년간 내린 5천만 건의 추방 명령 중 96%가 비백인을 대상으로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UCLA 이민법 정책연구소(UCLA‘s Center for Immigration Law)와 밀리언 달러 후즈 프로젝트(Policy and the Million Dollar Hoods Project)가 공개한 ’추방지도‘ (Mapping Deportations)는 미국 이민 정책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895년부터 2022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추방은 결코 중립적인 법 집행이 아니었다. 그것은 치밀하게 설계된 인종 선별 시스템이었다.
숫자가 말해주는 진실은 명확하다. 전체 추방 명령의 88%가 멕시코와 중남미 출신에게 집중됐다. 1916년 이후 매년 가장 많이 추방당한 국가는 예외 없이 멕시코였다. 이민법은 수차례 개정됐지만, 추방 대상은 변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타이틀 42 조항‘은 이런 선별적 집행의 극명한 사례다. 당시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는 ’전염병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중남미와 아이티 출신 망명 신청자 250만명을 즉각 추방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출신에게는 예외가 적용돼 미국 체류가 허용됐다. UCLA의 아힐란 아눌라나탐(Ahilan Arulanantham) 교수는 “같은 전염병 위험 앞에서도 피부색에 따라 다른 잣대가 적용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1930년 첫 추방 사례를 시작으로 2022년까지 5202명의 한국인이 추방됐다. 1952년 연방대법원 ’칼슨 대 랜던‘ 사건의 한국계 원고 데이비드 현은 반공법을 근거로 ’위험 인물‘로 분류돼 구금됐다. 이 판례는 이후 추방·구금 정책의 법적 근거가 됐다.
미국은 스스로를 ’기회의 땅‘이라 부르며 다양성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추방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127년간 지속된 체계적 배제의 역사를 보여준다. 법의 이름으로 포장된 인종차별의 민낯을 드러낸다.
추방은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의 산물이다. ’비백인 추방률 96%‘라는 수치 앞에서 우연이나 중립성을 논할 수는 없다. 미국내 한인들도 이제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한인들도 추방 및 불이익의 대상이 될수 있음을 깨닫고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