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겉껍질이 헤집어지고 속살이 울툭불툭 들어났다
어중간하게 동강이 나고 상처만큼 덤프트럭에 실려갔다
잘지 않은 걱정들이 잘잘하게 코를 박고 있다
발길에 차이는 게 돌이고 아차하는 순간 돌이 발을 찬다
길은 아무 때나 넘어질 뻔하고 돌이 발이고 발이 돌이다
채석장은 멀리 있지 않고 아픔이 찔룩거린다
망가진 발걸음은 어디서나 어수선하고 민망하다
돌과 발은 악연일까
2 굴레방다리 가구골목은
은영이네 구멍가게 앞에서 알짱거리고
배달트럭이 입구를 막고 서있는 건너편
막다른 골목엔 나즈막한 돌축대가 위아래
이별이 길을 나누고 곧 뛰쳐나올 아해들은
얼떨결에 이미 다 컸다
길이 길을 건넜으니
뒤숭숭해도 가던 길 가겠지 아무렴
3 그길은 엄마 손 잡고 예배당 가던 길
꽃 피고 나비 날고 새 우는 오솔길
고불고불한 그림이 우구러지고
등딱지 같은 무당-벌레, 벌레, 벌레 화려한
돌탑을 쌓고 엽전으로 치장한 신방
복채 아니고 꼬깃꼬깃 한 닢 연보였는데
부적符籍 같은 detour를 그려놓고
길이 길을 막았다
4 Medlock bridge road
한 무더기 돌과 노란 차단막이 가던 길을 멈췄다
일꾼은 손이 바쁘고 명분은 한가했다
갈 길은 파헤쳐지고 잡풀이 맘먹고 자란 길섶
Road work이 마냥 늘어졌다
화살표가 굴러가듯 빙글빙글 옆으로 샌다
등 굽은 곁길, 지금은 이게 길이(란)다
이 길이 그 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