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ACA), 메디케어 등록기간이 다가오면서, 보험료 상승과 커버리지 축소로 머리를 싸매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자영업자인 필자 역시 대폭 오른 내년 ACA 보험료를 받아보고 플랜 변경 여부를 고민중이다.
오바마케어와 메디케어 보험료 상승과 커버리지 축소는 여러분을 친절하게 상담하는 에이전트나 관계자의 탓이 아니다. 의료보험료는 70% 올리고, 복지는 1조 달러 깎고, 이민자는 배제하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 탓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메디케어 예산을 내년에 450억 달러, 향후10년간 총 5360억 달러 삭감할 계획이다.
먼저 메디케이드 문제를 알아보자. 메디케이드는 공화당이 통과시킨 ‘HR1’ 법안에 따라 10년 동안 약 9000 억 달러 축소된다. 의회예산국(CBO)은 HR1에 포함된 메디케이드 신청자의 근로 요건 조항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50~64세 저소득층, 만성질환자, 돌봄제공자 등 약 500만 명이 메디케이드에서 탈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인 토머스 베드나(Tomas Bednar) 헬스페리안사(Healthsperien LLC) 부회장은 “이번 정책은 재정 절감 차원이 아니라 연방 정부가 의도적으로 메디케이드 수급 대상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며 “난민, 아동 등 취약층 보호 기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연방 보조금 감소로 주정부 재정이 압박 받으면서, 각 주는 이미 의료 예산 축소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메디케이드의 상당수가 ‘선택(optional)’ 항목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예산 부족이 심화되면 주정부가 필수 의료는 유지하더라도 선택 항목 서비스는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성인 데이케어, 방문 간호 및 개인돌봄 서비스, 치과·시력·청력 진료, 시니어 및 장애인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가 가장 먼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메디케어는 치과·시력·청력 진료와 장기요양 비용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저소득 시니어들은 메디케이드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메디케이드 혜택 축소로 시니어들의 의료 공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니어 권익단체 저스티스인에이징(Justice in Aging)의 앰버 크리스트(Amber Christ)관리국장은 “메디케이드 촉소는 곧 메디케어의 약점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의미”라며 “시니어층 상당수가 필수 진료 자체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으로 오바마케어 문제다. 전문가들은 내년 오바마케어 건강보험(ACA) 시장에서 보험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보험료가 최소 70% 인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올해 말 종료되는 보험료 세액공제(APTC) 제도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시나리오다. 현재 “ACA 가입자의 92%인 약 2200만 명이 세액공제를 받고 있어 제도가 종료되면 상당수가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베드나 부회장은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합법 이민자들도 의료 혜택 받기가 한층 더 어려워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시행했던 공적부조(public charge) 규정을 다시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HR1은 난민, 망명신청자, 임시보호신분(TPS) 보유자, 영주권 신청자 등 합법 체류 이민자 중 상당수를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및 ACA 보험료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크리스트 관리국장은 “메디케어 자격이 있는 합법 이민자를 프로그램에서 배제하는 것은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보험 축소 정책을 ‘재정 절감’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병원과 보험사의 시장 독점이 의료비를 실제 비용과 무관하게 끌어올리고 있다”고 패밀리USA (Families USA)의 소피아 트리폴리(Sophia Tripoli) 정책국장은 지적한다.
미국의 의료예산 축소 실험은 극명한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의료를 시장 논리에만 맡겼을 때 무엇이 일어나는지, 복지 축소가 정말 재정 건전성을 가져다주는지 말이다. 2026년을 앞둔 미국 건강보험 제도의 대격변은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다. 이는 ‘누가 건강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