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 메리에서 미시시피를 이어 흐르는 강물위로 해리엇(HARRIOT) 2호가 유유히 움직인다. 크루즈라고 하면 커다란 배안에서 많은 것을 즐기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몽고메리 해리엇 호는 작은 크루즈 배다. 1층 다이닝 룸 에서는 음악 과 식사를 할 수 있고 2층은 간단한 음료와 음악을 자유로이 즐기며 3층 베란다는 시원한 강 바람을 쏘이면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되어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작게 느껴지는 배 안으로 하나 둘씩 들어서는 사람들을 따라 들어갔다. 우선 2층 테이블에 앉아 칵테일을 마시며 여름 밤의 낭만을 즐겨 보기로 하였다.
화려하지도 않고 볼 것도 없다고 느껴지던 몽고메리에서 그것도 거창하게 크루즈라 이름 붙인 작은 배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많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배가 움직이고 피아노 연주자가 관객을 향해 한 번씩 인사를 나눈 후에 재즈 음악을 연주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행 중에 생일인 사람이 있었는지 축하한다는 연주자의 커다란 목소리에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생일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음악은 신나고 유쾌한 사운드를 내며 분위기를 살려주었다. 다른 테이블의 몇몇 사람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해 주고 덩달아 일어나 음악에 몸을 맡긴 듯이 흐느적거리고 때로는 볼륨을 드러내며 춤을 추었다. 언제 봐도 그들의 몸짓에는 자연스럽게 소울이 가득 담겨 있는 듯한 끈적함이 있는데 이런 것이 남부의 음악이 아닌가 싶고 리듬으로 충만해지는 몸동작은 가히 독보적이다. 작은 배라 그런지 어느새 승객 모두가 함께 웃으며 즐기는 모습에 동네 사람들 이 모여 있는 듯 친근하게 느껴졌다.
20년전 미국으로 오게 되었을 때 미국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들었다. 몽고메리, 이름도 낯선 곳. 미국 하면 바로 알 수 있는 LA, 뉴욕, 시카고, 텍사스, 플로리다, 이러한 곳이 아닌 처음 들어본 몽고메리 라는 곳은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라고 알려진 남부 앨라배마의 수도라 하는데 노예해방 운동을 한 마틴 루터 킹과 포레스트 검프 영화 배경이 있는 곳 정도 밖에 아는 것이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고 시간이 멈춘 듯이 때로는 무료하기까지 한 이곳에 최근 몇 년 전부터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듯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한가하던 도로는 수시로 교통 체증이 일어났고 비어 있던 땅에는 새로운 집들이 계속해서 지어지고 있다.
커다란 자동차 생산 업체가 지역에 생긴다는 것은 자동적으로 인구가 늘어 날수 있는 일이고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부대 시설 또한 증가하게 될 것이니 여러모로 발전해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새로운 시설과 리모델링으로 구 시가지가 새롭게 변해 가고 있어 밤에는 제법 화려해진 도시 모습을 해 가고 있는 것이 한편으로 좋기도 하지만 조용하고 아늑해서 조금은 심심했던 마을에 번져오는 도시 바람이 낯설기도 하다.
노예에서 대량 투옥까지 미국의 노예 제도와 인종 차별주의의 역사를 전시해 놓은 레거시 뮤지엄(Legacy Museum) 또한 몽고메리의 유명 관광 명소가 되었다. 여기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노예화, 인종 린치, 분리 및 인종 편견이 포함되어 있어 보는 이들이 여러 생각을 해 보게 되는 중요하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곳이다. 가슴 아픈 역사의 한 대목을 대하는 것이 불편한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자유와 평등을 위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문제를 직면해 보는 아주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 될 수 있어 다른 곳에서 누군가 나를 보러 오면 꼭 보여 주고 싶은 곳이다.
그리고 저녁이면 크루즈에 올라 부드러운 재즈에 마음 적시고 고즈넉이 흐르는 강을 따라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몽고 메리의 밤도 충분히 낭만적일 수 있다. 낯설고 심심하게만 느껴지던 몽고 메리에서 이렇게 작고 소소한 일 들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 이제는 나에게 의미 있는 제 2의 고향이 되어가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