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인들은 ‘콜롬비아’라는 남미 국가에 대해 두가지 인상을 떠올린다. 맛좋은 콜롬비아 커피, 그리고 마약 카르텔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초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콜롬비아 대통령을 마약 카르텔 연루혐의로 수사하겠다고 밝힐 정도다. 미국내 마약, 약물중독 문제의 원인으로 콜롬비아 등 남미 국가를 지목한 것이다.
물론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카르텔과 관계를 부인하며, 트럼프가 외국 정치에 간섭한다고 반발한다. 실제로 페트로 대통령은 2002년 집권후 공군기로 마약 카르텔에 폭탄을 떨어뜨릴 정도로 대규모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마약과의 전쟁’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오는 6월 21일 치러지는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는 전세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콜롬비아 국민들은 좌파 이반 세페다(Iván Cepeda) 후보와 우파의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야(Abelardo de la Espriella) 후보 가운데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얼핏 보면 콜럼비아 대선은 ‘좌우 이념 대결’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절반만 맞다. 진짜 문제는 “마약으로 무너진 국가 권위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이다.
우파 데 라 에스프리야 후보는 ‘엘살바도르식 총칼 통치’를 공약하고 있다. 실제로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2022년 집권 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6만 명 이상을 체포해 살인율을 극적으로 낮췄다. “민주주의를 희생해서라도 치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데 라 에스프리야 후보의 강경 정책은 2016년 평화협정의 실패 때문이다. 2016년 콜롬비아 정부와 FARC 반군은 평화협정을 맺고 내전을 종식했다. 협정을 주도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칼데론(Juan Manuel Santos)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9년 후 반군이 사라지면서, 크고작은 무장 마약 범죄조직이 143곳에서 709곳으로 5배나 늘어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콜롬비아가 엘살바도르가 아니라는 데 있다.베아트리스 마갈로니 (Beatriz Magaloni) 스탠퍼드 대학 교수는 “콜롬비아의 무장조직은 마약 밀매를 넘어 광산·석유·산림·지역 경제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며 “엘살바도르 식 강경 단속을 실시하면, 겉보기엔 도시 범죄는 줄어들지 모르지만, 농촌에서는 새로운 폭력이 자라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반면, 좌파 세페다 후보는 ‘토지 개혁’을 내세운다. 콜롬비아 원주민과 대지주들의 토지 갈등을 해결하고 그들에게 땅을 주면, 국민 생활이 안정되고 자연히 마약, 무장조직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정책이다. 세페다 후보는 평화협정 이행과 토지 회복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치안 불안과 정치 불신이 극단적 처방을 요구하는 이런 상황은 미국도 낯설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약과 범죄를 가져오는 남미 불법 이민자들을 일망타진하겠다”며 선거에 승리했다. 그러나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무차별 단속은 마약 범죄자 체포 대신, 한인 등 무고한 이민자들의 체포와 수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때론 총이 빠른 해법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총이 만들어낸 평화는, 민주주의까지 없앨 수 있다. 과연 남미와 미국의 마약 문제가 해결될수 있을지, 오는 21일 콜럼비아 대선을 미국에서도 관심있게 봐야 할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