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인타운 밥값과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고 있다. 제대로 된 한식 점심 먹으려면 20불짜리 지폐 한장을 써야 한다. 한인마트에서 장을 한번 보면 100불, 200불은 우습게 깨진다. 게다가 한인마트, 뷰티 서플라이가 한국에서 수입해오는 식품, 뷰티용품, 자동차 부품값이 널뛰고 있다. 많은 한인 비즈니스 오너들은 최대한 물품을 많이 수입해 창고에 쟁여놓았지만, 얼마나 버틸지는 쉽지 않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력 관세 정책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했다. 그러나 지금 한인경제와 미국 경제가 보여주듯이, 초강력 관세 정책은 실상 미국 경제를 옥죄는 자해 행위에 가깝다. 한국을 비롯한 90여 개국을 향한 이 무차별적 관세 폭탄은 이미 미국 내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사바나 모닝 뉴스’는 조지아주의 새로운 경제 먹거리인 현대차의 전기자동차 공장이 관세와 전기자동차 인센티브 폐지로 휘청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질까. 관세는 결국 소비자가 내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관세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수출 국가가 내는 것이 아니다. 외국 물품을 수입한 미국 업체가 관세를 낸다. 수입 업체는 늘어난 관세 부담만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한다. 자연히 소비자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 라틴계 식품 업체는 최근 관세청에서 1만9500달러의 추가 관세 통지를 받았다. 이 돈을 부담하기 어려운 이 업체는 결국 직원 해고를 검토 중이다.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닐 머호니 교수(Dr. Neale Mahoney)는 “미국 내 관세율은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물가는 약 1.5% 상승했다”며 “의류, 전자제품, 커피, 가구, 장난감 등 일상 소비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분석한다.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이러한 가격 상승은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그는 분석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정책이 가진 불평등한 구조다. 일부 대기업은 예외 조치를 통해 혜택을 누리는 반면, 한인 그로서리, 뷰티서플라이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갑작스러운 비용 증가와 복잡한 행정 절차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뷰티서플라이 업체 ‘쉬즈해피헤어’ (She‘s Happy Hair)의 마커스 바워스(Marcus Bowers) 대표는 “관세가 급등하면서 인도와 중국에서 수입하는 가발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사업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국 중소기업 심리지수가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이 위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해방‘이 아닌 ’구속‘에 가깝다. 미국 경제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이 정책이, 실제로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한인들은 잘못된 관세 정책을 전환할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