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연방대법원은 “출생 시민권을 무효화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시민권은 권리를 가질 권리다”라며, “출생시민권 조항은 특정 집단을 위한 예외적 조치가 아니라, ‘이 땅에서 태어난 모든 자유인’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약속”이라고 판결했다.
물론 이 판결이 끝이 아니다. 대법원은 특정 국가 이민자들의 TPS(임시보호신분) 박탈 조치에 합법 판결을 내렸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규모 추방 작전은 계속되고 있다. 법원이 판결로 헌법을 지켰다고 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그 정신을 존중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국토안보부(DHS) 장관이 “연방법원 명령 준수를 거부할 수 있다”고 의회에서 발언한 나라에서, 법치는 선언이 아니라 매일의 투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조치 속에 소리없이 숨죽여 사는 한인들이 있으니 바로 추방유예(DACA) 한인들이다. DACA는 어릴적 부모 손에 이끌려 어쩔수 없이 미국에 온 청소년들에 한해 추방을 유예하고 일할 기회를 주는 조치였다. 2012년 오바마 행정부 조치 이후 1만여명 이상의 한인 청년들이 DACA 혜택을 받아 합법적으로 일하고 생활하며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DACA는 위기에 빠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DACA갱신 처리 기간이 기존 2개월에서 6~7개월로 늘어났다. DACA 신청자가 만료 5개월 이전에 서류를 제출하면 오히려 반려될 수 있다. 이 구조는 사실상 함정이다. DACA규정을 충실히 따른 사람이 규정의 틈새에 빠지도록 설계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이민국은 이를 ‘강화된 심사’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알렉스 파딜라는 “과거에는 DACA갱신 지연 사례가 수십 건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수백 건에 달한다. 의도가 없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수치”라고 지적한다.
DACA 갱신 지연이 노리는 효과는 교묘하다. 공개적인 추방 작전은 여론의 역풍을 낳는다. 2025년 말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이민 단속 과정에 미국 시민 두 명이 사망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지지율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갤럽 여론 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자의 71%를 포함해 미국인의 85%가 DACA 수혜자의 시민권 취득 경로에 찬성했다. 강제 추방은 정치적으로 비용이 크다.
그러나 DACA 서류 처리를 늦추는 것은 다르다. 소리가 없고, 카메라가 없으며, 뉴스가 되지 않는다. 젊은 청년들이 조용히 일을 잃고 직장에서 나오게 된다. 이 조용한 퇴출의 파장은 개인의 생계를 넘어 미국 사회의 기반 시스템을 흔들고 있다. 17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는 초당파 연합 ABIC는 “트럼프 행정부가 조용하지만 의도적으로, 철저히 검증된 숙련 인력을 노동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계에 따르면, DACA 수혜자 절반 이상이 대졸 학력을 갖추고 의료, 농업, 건설, 과학 연구 등 핵심 직군에 종사한다. 만약 이들이 DACA 신분 갱신에 실패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비극 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의 실패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