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최경하 수필] 오래된 감정

“너희들 어디 있니? 오늘 올 줄 알았는데 소식이 없어서…” “잠시 바람 쐬러 나왔어요” 어머님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을 넘어 노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곁에 있던 남편의 표정도 굳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님을 뵈러 갔다. 어머님은 쌓인 서운함과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내셨다. 나는 선생님 앞에서 꾸중 듣는 아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점심 시간이 다 되어 갔지만, 나는 점심도 차려드리지 못한 채 그냥 나왔다. 평소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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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박 수필] 아, 플로리다!

플로리다는 애틀랜타 한인들에게 언제나 특별한 존재이다. 비행기표 없이도 떠날 수 있는, 그러나 분명히 ‘다른 세계’로 느껴지는 곳. 차 한 대에 가족을 태우고 몇 시간만 남쪽으로 달리면 야자수가 흔들리는 해안도로가 나타나고, 따뜻한 바닷바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계절이 한 발 앞서가는 그 땅에서는 봄이 오지 않았어도 이미 여름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어쩌면 플로리다는 단순한 지리적 목적지가 아니라, 이민 생활의 팽팽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 하나의 의식(儀式)인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익숙해지기 전, 파나마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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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흡의 살며 생각하며] 신을 빌린 권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1077년 1월 눈발이 휘날리는 이탈리아 북부 산지 카노사성 앞에 한 젊은이가 사흘째 맨발로 서 있었다. 옷차림은 수도자처럼 얇고 검소했고 신발조차 신지 않았다. 신성로마제국으로 불리던 독일의 황제 하인리히 4세였다. 그는 자신의 주교 임명권을 지키려고 교황에게 대항하며 결기를 보이던 젊은 권력자였다. 하지만 교황에게 파문당해 황제의 자리와 생명까지 위협을 받게 되자 결국 교황의 용서를 구하려고 치욕을 무릅쓰고 추위 속에 떨며 서 있었다. 중세 유럽에서 가톨릭 교회는 단순한 종교 기관이 아니었다. 교황은 왕을 파문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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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애 건강 칼럼] 당뇨 환자 발 관리, 정부도 지원한다

당뇨 환자에게 신발은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니다. 자칫하면 작은 상처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발은 발을 보호하는 ‘의료 장비’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담스러운 비용 때문에 적절한 신발 착용을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미국의 공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파트B(Medicare Part B)는 당뇨 환자의 발 건강을 위해 매년 당뇨 전용 신발과 인솔(깔창)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원 내용은 연 1회 기준으로 당뇨 전용 신발 1켤레와 맞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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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칼럼] K-푸드 산업화, 실행 속도가 문제다

매년 수만 명이 몰려드는 대규모 코리안 페스티벌 현장을 누비다 보면, 한국 음식과 문화에 대한 타민족의 뜨거운 관심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이제 한식은 더 이상 한인 사회만의 음식이 아니다. 세계인이 즐기고, 찾고, 경험하고 싶어 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문화 자산이 되었다. 필자는 2019년 9월, 애틀랜타에서 제1회 K-BBQ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약 3만 명이 참여하는 놀라운 성과를 직접 목격했다. 이후 팬데믹으로 그 흐름이 일시 주춤했으나, 지금 다시 애틀랜타 코리안 페스티벌로 확대 지속되면서 매년 1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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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영의 살며 배우며] 아내가 여행 간 사이

아내가 3주 동안 혼자 한국에 갔다. 장모님 연세가 많아 언제 다시 뵐 수 있을지 몰라 다녀오겠다고 했다. 긴 비행 시간과 시차가 힘들어 나는 더 이상 한국에 가지 않기로 했기에, 아내 혼자 떠났다. 아내 없이 혼자 집에 있으니 물론 불편 하지만 몇 가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혼자 있으니 무엇보다 식사는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들었다. 식사는 평소에도 내가 내 먹을 것을 준비하는 편이어서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런데 막상 지내보니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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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의 커뮤니티 광장] 백신을 둘러싼 법정 싸움과 전염병 확산 우려

최근 조지아주에서 홍역 감염 환자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질병으로, 기침이나 재채기로 전파되며, 고열, 기임, 콧물, 눈물, 발진 등이 발생한다.특히 텍사스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30년 만에 최악의 홍역 확산세가 나타나고 있어, 조지아주로의 전파가 우려된다. 조지아주와 남부 지역 감염자 대부분은 홍역, 풍진, 볼거리 예방을 위해 사용되는 MMR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이다. 홍역은 한국과 미국에서 이미 몇십년 전 ‘완전 퇴치’된 전염병이다. 그런데 부모의 16%는 “권고된 백신 접종을 미루거나 건너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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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로니카 수필] 왕과 사는 남자

영화 이야기 23 삼면이 강으로 둘러 쌓인 영월땅 청령포에 새로운 유배자가 온다. 수염이 허연 정승 대가가 오리라고 기대했던 촌장 엄흥도는 솜털이 남아 있는 아이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하다. 윗마을 촌장은 귀향이 풀려 한양으로 간 영의정 덕에 마을이 배곯는 일이 없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왕위에서 쫒겨나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새파란 아이라니, 엄흥도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어린 왕은 죽을 생각만 한다. 그의 죽음은 마을 사람들의 죽음을 뜻하는 것이기에 엄흥도의 인내는 한계에 달한다.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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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시] 돌의 뼈

봉분 없는 무덤 앞 낡은 돌비석 모서리 닳아있다 부서지고 깎인 흔적 위로 푸른 이끼가 낮은 음을 켠다 악보 밖의 음처럼 누군가의 타다 남은 긴 여정이 잿빛 그림자처럼 내려앉은 자리 흙 속의 뼈마디처럼 햇살보다 먼저 눈길에 닿고 싶었던 이름 잃은 것들의 손짓 침묵을 위한 하루의 깜박임이 끝없이 퇴적된 기억 흘리며 아무도 듣지 않는 깊은 곳에서 피었다 스러지고 스러졌다 피어나는 숨결 맞닿으며 말 없는 잔빛이 하루의 서정처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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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송의 커뮤니티 액션] 1200만 명 목표 ‘노 킹스 데이’

오는 3월 28일 세 번째 ‘노 킹스 데이(No King’s Day)’ 집회와 시위, 행진이 미 전역에서 열린다. 노 킹스 데이는 현 연방정부의 권위주의 권력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함께 모여 행동하는 날이다. 특히 이민단속국(ICE)의 체포와 구금, 추방 정책에 반대하는 이민자 권익 요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최근 이란과의 전쟁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 킹스 데이가 시작된 까닭은 이미 지난해부터 미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시민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과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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