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만 봐서는 서늘한 기운이 묻어나는 가을 즈음에 읽으면 어울릴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펼치고 보니 여름 다섯 달 동안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병증이 심해져서 더 이상 혼자 힘으로 일상을 살아가기 힘든 아버지 ‘보’와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원했던 아들 ‘한스’의 투박하면서도 애틋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보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그랬을까. 보에 비해 나는 아직 젊은데도 어느새 보의 입장이 되어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었다. 병든 보는 화장실 사용이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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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부터 남편은 켄터키에 사는 친구 걱정으로 휘청거린다. 대학시절 룸메이트로 만나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는 친구 데이비드가 건강이 나빠져서 병원을 들락거리고 이제는 보호시설로 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데이비드는 두살때 걸린 소아마비로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하고 산다. 두 남자는 전화로 문자로 매일 연락하며 걱정과 감사로 범벅된 대화를 나눈다. 갈수록 악화되는 데이비드의 변화에 그가 보고 싶지만 찾아갈 엄두를 못 내는 남편을 보는 내 마음이 무겁다. 우리는 이제 삶의 고달픈 비탈길을 내려가는 나이여서 예전처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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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면서 문득 떠올리는 ‘죽비(竹篦)같은 책’이 하나 있다. 일본의 작가 소노 아야코의 ‘늙음을 경계하는 글’이라는 의미의 <계로록(戒老錄))>이다. 이 책은 작가가 시부모님 두 분과 친정어머니 이렇게 세 명의 노인과 함께 살면서 평소 기록해온 글을 모아 40세 때 처음 펴낸 에세이로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에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후 51세와 65세 때 수정·가필하여 출간될 정도로 세대가 바뀌어도 공감할 수 있는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고뇌를 담고 있어 꾸준히 읽히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한 마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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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병에 걸린 환자들이 자신의 죽음을 마주할 때, 시간에 따라 죽음에 대한 본인의 태도가 바뀐다고 한다. 퀴블러 로스라는 정신과 의사는 죽음을 맞는 사람들의 태도가 5단계로 변한다고 발표하여 널리 알려졌다. 첫 단계는 부정의 단계로,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럴 리 없다”, “뭔가 잘못된 것이다”라고 고집하는 단계이다. 둘째 단계는 분노의 단계로, “왜 하필 나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냐”며 화를 내는 단계다. 세 번째 단계는 타협의 단계로, “내가 회개하면 살 수 있을까?”, “이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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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태어난 손녀딸을 보기 위해 며칠간 집을 비우게 되었다. 막상 떠나려니, 올해 유난히 잘 자라며 내게 기쁨을 주고 있는 작은 텃밭의 채소들이 걱정되었다. 고민 끝에 가까이 사는 올케에게 물을 부탁했다. 바쁘게 직장 생활을 하는 걸 알기에 선뜻 말 꺼내기 쉽지 않았지만, 잘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그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말라죽게 내버려 두는 것도 미안하고, 또 아깝기도 했다. 며칠 후 돌아와 보니, 고추는 꽃과 함께 더 많이 달려 있었고, 상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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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인생배우기 (41)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은, 아무리 눌려 지내는 약하고 순한 사람이라도 너무 업신여기면 가만있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하찮아 보이는 생물이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이 가르침에 앞서 이 말에는 힘없고 약하고 하찮은 존재가 지렁이라는 관점이 담겼다. 도서관에서 자연과학책 코너가 아니라, 동화책 코너에서 찾은 그림책 은 유명한 부부 그림책 작가 앨런 앨버그가 쓰고, 자넷 앨버그가 그린 그림책으로 지렁이가 글의 소재라기보다 의인화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책 속에는 ‘애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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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양치기는 사람들이 모르는 정보를 생산한다. 양과 늑대에 대한 정보가 사람들에게 필요하지 않으면 모를까, 사람들은 늘 양과 늑대와 관련된 정보에 민감하다. 양치기가 초원에서 양을 지켜야 사람들은 마을에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 사람들은 그래서 양치기가 구름을 늑대로 잘못 봤다고 해도 믿을 수밖에 없다. 증거가 있어서 믿는 게 아니라, 믿어야 하기 때문에 믿는 것이다. 정보 흐름이 비대칭적으로 이루어지니까, 양치기는 아마도 이 점을 분명히 알고 늑대가 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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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와 사람의 삶은 여러 면에서 닮아 있는 듯하다. 탁구 게임은 예측하기 힘든 공의 움직임과 순간의 판단이 게임의 흐름을 좌우한다. 이는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인생, 예상치 못한 변수와 선택의 연속인 우리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탁구는 본질적으로는 파트너와 함께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순간의 집중과 빠른 판단이 필요하고, 한 번의 실수가 게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듯이, 인생에서도 작은 선택이 큰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과 닮아 있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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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2001년 1월 일기를 읽어 보았다. 그 날짜부터는 컴퓨터로 일기를 썼고 그 전에는 종이 노트북에 일기를 썼다. 2001년 1월 9일 일기가 마음을 움직인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버트 슐러 목사의 크리스털 처치 웹페이지를 열어보았다. 그곳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스트 인사 들과의 다양한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다. 그 중, 베트남 전쟁에서 두 다리와 한 팔을 수류탄 폭발로 잃은 한 남성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전쟁에서 두 다리와 한 팔을 잃은 그는 한때 자살을 시도하고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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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체력 단련을 시작했다. 혼자YMCA를 드나들며 묵묵히 구슬땀을 흘려왔다. 여름의 문턱으로 들어선 어느 날, 운동을 마치고 나오다 길목 어귀 8K Run대회 광고에 눈길이 멈췄다. 지난번 한국 방문에서 만났던 오랜 친구가 런닝을 시작했는데, 체력도 키우지만 기분이 참 상쾌하다고 친구들에게 적극 추천을 했었다. 나와는 먼 얘기라며 흘려 들었지만 가슴에 번호표를 달고 10K를 달린 친구의 사진에서는 뜨거운 에너지와 충만한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다. 대회에 나가 코스를 뛴다는게 어떤 느낌일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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