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수지 시] 숲을 숨으로 듣는다

이른 아침 숲속을 걸었다 잎맥 사이를 걷다 보면 숨소리가 닿는다 뜨거운 한철을 보낸 잎새들 진액은 다 빠져 푸르렀던 생의 무늬 누렇게 떠 퍼덕이고 있다 오랜 기도처럼 간신히 잡고 있던 숨의 흔적 곁눈질 한번 못하고 쭉정이가 되어 버린 꿈 스스로 지우며 늘 아래를 보고 있다 귓볼이 뜨거워지도록 녹슨 달팽이관을 세우며 가지 하나의 흔들림에도 찬바람이 서리는 늙은 어머니 늦가을의 숲은 그녀의 등처럼 야위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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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송의 커뮤니티 액션] 셧다운 끝나고 보건 대란 시작

지난 12일 43일간 이어지던 연방정부 셧다운이 끝났다. 셧다운이 끝나고 무엇이 달라졌을까? 달라진 것이 없다. 민주당은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위해 공화당과 싸웠지만 얻은 것은 12월 ‘향후 별도 표결’을 한다는 ‘공수표’ 뿐이었다. 별도 표결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때문에 민주당과 무소속(2명) 상원의원 47명 가운데 7명, 민주당 하원의원 215명 가운데 6명만 셧다운 종결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의 건강보험은 이제 폭풍을 맞게 됐다. 예산안에 따라 건보료 지원이 줄어들면 오바마케어 가입자의 보험료는 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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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영의 살며 배우며] 숲 속의 별장

11월 중순, 단풍이 찬란히 빛나는 청명한 가을날, 닥터 Y가 자신의 별장 보러 가자고 10시 반에 내가 사는 콘도로 왔다. 나는 그의 차 조수석에 올라탔다. 사이버트럭은 스스로 85번 하이웨이에 진입해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차가 자율주행으로 달리는 사이, 그는 존 덴버의 옛 노래 ‘Country Roads, Take Me Home’을 틀었다. 우리 둘은 목청 높여 노래를 따라 불렀다. “Almost heaven, West Virginia… Country roads, take me home/To the place I belong…” 노래를 부르니,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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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의 커뮤니티 광장] 반이민 정서 속 고개 드는 ‘백인우월주의’

미국에서 백인우월주의가 주변부를 벗어나 주류 정치로 진입했다는 소식이다. 더 이상 변방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현상은 단순하다. 극단주의 담론이 일상화되고, 기독교 민족주의와 정치적 동원이 결합하면서 정책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수십 년 전 수천 명 규모였던 극우운동이 현재는 수백만 명의 온라인 네트워크로 성장했고, 전국적으로 약 1000명의 주의원이 극우 단체와 연계되어 있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주목할 점은 기독교 민족주의의 역할이다. 기독교 정체성과 미국의 국가 정체성을 동일시하는 움직임이 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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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수필] 낚시

우리는 뉴올리언스에서 동북쪽으로 뻗은 낯선 길로 들어섰다. P는 I-10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 사용하던 옛길이라고 알려주었다. 한적한 도로였다. 얼마 지나 좁고 녹슨 다리를 건넜다. 곧이어 나무 방파제가 있는 길가에 차를 세웠다. 나무 방파제는 낡았고 갓길에는 쓰레기가 너저분했다. 보통은 이곳에 차를 세울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나중에 지도를 살펴보니 그곳은 물이 폰차트레인 호수에서 보른 호수로 흘러가는 길목이었다. 낚시꾼에게는 특별한 곳이었다. P부부는 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에 물고기가 잘 잡힌다고 이구동성으로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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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로니카 수필] 굿 뉴스

영화이야기 19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운 달 사이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 우리가 앞면만 보고 진실을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순간, 나머지 절반의 진실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영화는 시작된다. 넷플릭스에서 2025년에 개봉 된 따끈한 신작인 이 영화는 풍자와 패러디가 혼합된 블랙코미디물이다. 우리가 보는 뉴스는 진실일까 아니면 그저 보기 좋게 편집된 ‘좋은 뉴스’일 뿐일까? 영화의 제목이 주는 굿뉴스라는 뉘앙스에서 우리는 왠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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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송의 커뮤니티 액션] 1인 당 하루 160달러 수용소

최근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한영운 조직국장이 이민자 수용소를 다녀왔다. 그가 느낀 이민단속국 구금소에서의 마음을 전한다. “친구 면회를 위해 멕시코 국경에서 30분 떨어진 텍사스주 소도시 이민단속국 구금소에 갔다. 초인종을 눌러야 열리는 철문 3개를 거친 뒤 안으로 들어가니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금속탐지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파란 유니폼을 입은 직원은 방문자 신상과 구금자 신원 번호 양식을 적게 했고, 핸드폰 등 전자기기를 반입할 수 없다고 한 뒤 의자가 놓인 작은 대기실에서 기다리게 했다. 그 곳은 구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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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의 살며 살아가며] 할머니의 눈물

이 시간 때에는 꼭 동네를 산책하는 것이 오랜 습관이다. 오늘도 동네를 한 바퀴 돌다가 우연히 워커에 의지해 걷고 있는 바람개비 할머니를 또 만났다. 할머니의 느릿한 걸음에 비해 워커에 달린 바람개비는 씽씽 돌아가는 것이 재미있어서 내가 붙여드린 별명이다. “어머니, 바람개비는 오늘도 쌩쌩 참 신나게 도네요.” 할머니는 연한 미소를 지었다. 동네에서 자주 마주치다보니 할머니와 나는 어느새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워커에 늘 달고 다니는 바람개비는 버지니아를 떠날 때 교회 어린이들이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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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흡의 살며 생각하며] 솔직히 말해서 나는 돈이 좋다

“벗어 놓은 쓰봉 속주머니에 십만원이 있다”/병원에 입원하자마자 무슨 큰 비밀이라도 일러 주듯이/엄마는 누나에게 말했다/속곳 깊숙이 감춰 놓은 빳빳한 엄마 재산 십만원/만원은 손주들 오면 주고 싶었고/만원은 누나 반찬값 없을 때 내놓고 싶었고/나머지는 약값 모자랄 때 쓰려 했던/엄마 전 재산 십만 원...“ 권대웅 시인의 ‘쓰봉 속 십만 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에 초연할 수는 없다. 사내의 삶은 쉽지가 않다. 돈과 밥의 두려움을 마땅히 알라. 돈과 밥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지 말고 주접을 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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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박 수필] 기다렸다가 나와주세요.

얼마 전, 한국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이웃 간 쪽지 사건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웃집 문에 붙여진 “앞집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조금 기다렸다가 나와주세요”라는 요청이었다. 언뜻 사소해 보이는 이 쪽지는 언뜻 보면 개인적인 요청 같지만, 사실은 우리 시대의 독특한 사회적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전 같았으면 가볍게 주고받았을 인사나 작은 대화는 점차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대면 접촉 대신 비대면 방식이 기본 선택이 된 장면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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