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일과를 모두 마치고 나면, 포근한 담요를 몸에 두른 채 소파에 편안히 몸을 맡긴다. 방구석에서 세계여행 하기를 좋아하는데, 그 날은 유독 ‘한글을 쓰는 나라’라는 썸네일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즐겨 보던 여행 유튜버의 영상이라 망설임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상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그저 유행하는 K-culture를 어설프게 흉내 낸 마을이겠거니 여겼던 나의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인도네시아는 1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나라로, 수많은 소수 민족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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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이 남긴 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3000년 통사다. 사마천은 당시 자신이 섬기던 한 무제에게 밉보여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미처 마치지 못한 를 완성하기 위해 성기를 잘라내는 궁형을 자청하고 풀려나는 치욕을 감수했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사람의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 이것은 죽음을 쓰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천명과 인간세상을 통찰한 불후의 역사서를 저술한 사마천이 남자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치욕인 궁형을 당하고 나서 그 울분을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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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부부와 우리 부부가 점심을 먹으며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다시 들으니, 재미있다. 귀담아들으니, 재미있고 연속극 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그분들은 74년에 미국 와서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살다 보니, 플로리다 사는 도시에 상업용 빌딩을 소유하게 되었다. 휴일에 건물을 점검하려 부부가 빌딩안에 들어갔다. 문을 잠그지 않은 틈을 타 들어온 강도에게 돈과 패물을 빼앗기고 심하게 얻어맞아 혼절했다.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분들은 그날의 끔찍한 사건을 지금 돌아보며 그때 그 사고가 오늘의 감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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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딸 둘이 성장해서 집을 떠난 후, 딸들 방에 있던 침대를 들어내고 하나는 남편의 서재, 다른 하나는 내 서재로 만들었다. 아이들이 사용하던 책상과 책장들을 물러 받은, 좋게 말해서 서재이지 사실은 서로의 구역은 절대로 침범하지 않기로 하고 각자의 비밀스런 방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방은 개인물건 잡동사니 방이 됐다. 그리고 손님이 오거나 손주들이 오면 두 방은 금지구역으로 문을 닫는다. 내 서재는 3면에 책장 다섯이 있고 영국에서 가져온 책상과 한국산 책상에 테이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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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인생 배우기 (48) 미국을 대표하는 어린이 책 작가, 케빈 행크스의 그림책 은 한국에서 <내 사랑 뿌뿌>로 제목이 변경되어 출판되었다. ‘뿌뿌’는 이 책의 어린 주인공 ‘오웬’이 애착하는 노랗고 보드라운 담요이다. 원서에서는 ‘퍼지(Fuzzy)’로 불린다. 잔털이 보들보들한 느낌이 나는 ‘퍼지’라는 이름도 좋고, 아이들이 부르면 귀여운 느낌이 드는 ‘뿌뿌’도 좋다. 보통 3세 이하의 걸음마를 하는 시기에 아이들은 애착물건에 집착한다. 젖떼기와 같은 주 양육자와 조금씩 분리되는 과정에서 아이가 느끼는 불안감과 긴장감 같은 불편한 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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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에 책임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과연 나는 제대로 늙고 있는지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 있다. 주변에서 나잇값을 못하는 노인들을 가끔 보게 되면서 이런 모습이 나에게도 해당되지는 않을까 부담감으로 자리 잡으면서부터이다. 오래 전에 SNS에서 본 어느 분의 글이다. ‘철 안든 사람의 특징’이라는 제목의 글인데 공감이 되는 바 커서 노트에 메모해두었던 것이다. “철 안든 사람은 첫째,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다. 사소한 일에도 격하게 반응하고, 상대에게 상처주는 말을 서슴치 않는다. 분노를 즉각적으로 표출하면서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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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주말에 AMC 극장에서 한국 영화 ‘어쩔 수 없다’(No Other Choice)를 보았다. 박찬욱 감독의 2025년 작품으로, 이병헌이 남자 주인공 ‘유 만수’ 역을, 손예진이 만수의 아내 ‘미리’ 역을 맡았다. 만수는 한국의 한 대형 제지회사에서 간부급으로 일하는 사원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이 회사는 지난 25년간 만수에게 안정적인 일터였다. 그의 집은 부유한 동네의 큰 저택이고, 아름다운 아내 미리와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이다. 집안에는 어린 딸이 연주하는 첼로 선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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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켜 낯선 내가 돌아오는 하루의 끝 종일 흘린 얼룩들을 손바닥처럼 받아낸다 마지막 한 모금 저녁 빛과 바닥에 눌린 그림자가 충혈된 하루를 따라 그린다 하루의 이력도 되지 못한 채 숨처럼 남아 가슴 뒤편에서 반짝이는 한 조각 바닥 위를 구르는 동전 숫자처럼 무게를 재보지만 이루었다는 착각 조용히, 모르는 척한다 밤의 여백 속에서 한 번 더 뒤집어 보려는 마음 하루의 가장 긴 시어 속에 홀로 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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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21 영화 ‘신의 분노’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죄의 갚음에 대한 응보의 정의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이 영화는 기예르모 마르티네스의 소설 <살인자의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루시아나는 유명 추리소설 작가 클러스터의 어시스턴트이자 대필가로 일하고 있다. 클러스터에게는 아름다운 아내와 어린 딸 파울리가 있다. 그러나 어느 날, 충동적인 행동으로 클러스터는 루시아나에게 성적인 모멸감을 주고 만다. 이 일로 루시아나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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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9월 1일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 영국내각은 총사퇴하고 새로운 전시내각이 들어섰다. 새 총리로 처칠이 취임했다. 이때 그의 나이 65세였다. 이미 은퇴할 나이에 가장 힘든 영국호의 선장이 된 것이다. 독일군은 파죽지세로 유럽을 휩쓸었다. 폴란드를 비롯해 체코, 네덜란드를 함락시키고 곧바로 대륙의 보루였던 프랑스를 침공했다. 프랑스는 총 한 번 제대로 쏴보지도 못하고 히틀러의 진격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다음 차례는 영국이었다. 히틀러는 처칠에게 굴욕적인 강화안을 내밀었다. 영국민은 분열했다. 처칠은 1940년 5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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