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지아주 사바나에 위치한 현대-LG 엔솔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한인 근로자 강제 연행 사건은 한인사회 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사회에도 크게 보도되며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한국 근로자들의 손과 발을 쇠사슬로 묶어 구속하는 장면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는 단순한 이민단 속을 넘어 충격적인 광경으로 비쳤으며, 한국 외교 당국은 즉각 비상 대응에 나섰고, 미국 정부 또한 당혹스러운 기류에 휘말리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단속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경제정책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투자하지 않으면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압박성 정책도 그 일환이다. 표면적으로는 투자 유치와 경제 활성화가 목적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보호무역주의적 계산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뼈아픈 모순은, 미국이 외국 자본을 환영하며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정작 그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권리와 존엄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쇠사슬에 묶인 근로자들의 모습은 투자 유치와 이민법 관리가 충돌하는 현실을, 그리고 미국 경제정책의 어두운 그림자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없으며,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투자 유치와 인권 보호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숙제를 던져주었다. 그러나 이런 일에 대한 미주 한인사회의 대응은 여전히 성명서 발표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각 단체들이 앞 다퉈 성명서를 내지만, 이는 한인사회와 한국 사회 내부에서만 울려 퍼지다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성명서만으로는 단기적 대응으로는 의미가 없진 않지만, 미국 당국의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안은 무엇일까. 일회성 성명서 발표를 넘어, 보다 효과적이고 제도적인 접근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인 단체들은 많은 한인들이 미국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이번 한국인 구금 사태와 관련해, 예를 들면 각 단체들은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한국 기업 투자 및 미국 비자 제도 개선에 관한 정책 법안을 정리한 뒤, 이를 청원(petition) 형식으로 만들어 각 지역 연방의원 사무실에 전달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나아가 웹사이트나 플랫폼을 통해 이런 이슈에 대해 한인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링크를 제공하고, 한인들의 집단적인 목소리를 미국 제도권에 전달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사바나 사태는 단순히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 유치와 미국 이민법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미국의 현실을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한인단체들은 한국 정부와의 관계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미주 한인들의 목소리가 미국 의회와 정부에 실질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실효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