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예산삭감, 재가서비스에 영향 없어, 여론 호도”
‘메디케이드’ 서비스에 의존해 삶의 질을 지켜오던 미국의 중증 장애인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22일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조 달러 규모로 관련 예산 삭감을 추진하면서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버팀목이 됐던 메디케이드 서비스가 기존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메디케이드는 통상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 서비스로 잘 알려졌지만, 다양한 소득 계층의 장애인에게도 의료·요양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사회 기반 재가요양 서비스’(HCBS)도 메디케이드가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다. 중증 장애인 등 서비스 대상자를 요양시설이나 기관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요양 보호사 또는 간호사가 직접 집에 방문해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대상자가 시설 밖에서 학교·직장 등을 다니며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 이 서비스의 최대 장점이다. 메디케이드는 방문 간호사 인건비나 의료 소모품 비용 등을 지원한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기존보다 더 광범위한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데, 지원이 끊기면 장애인 본인이나 가족 등 개인이 부담하기 어려운 막대한 비용을 홀로 책임져야 한다.
메릴랜드의 장애인 인권운동가이자, 자신도 파킨슨병에서 비롯된 근육 이상을 앓고 있는 로브 스톤 씨는 NYT에 “생존만 하고 싶지는 않다”며 “메디케이드 덕분에 사회에서 충실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내 인생은 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 연구단체 카이저패밀리재단(KFF)에 따르면 이런 HCBS 서비스 대상자는 미국 전역에서 450만명에 이른다.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의 영향이 현실화할 경우 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타격이 갈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예산 삭감이 중증 장애인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각 주 정부가 예산 조정만으로도 충분히 연방 예산 감소 폭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티오 머켈 백악관 정책보좌관은 예산 삭감이 HCBS 서비스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에 “고의적인 여론 호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으로 장애인과 장애아동 가족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벤저민 소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예산 조정만으로 감소 폭을 메울 수 있다는 백악관의 주장에 대해 “그건 희망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