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이가 들며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어린 시절에는 먹거나 누리는 것 자체로 만족하지만, 자라면서 욕망이 커지고 물건에 대한 집착도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면 소유의 무게보다 비움의 자유를 되새기게 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는 말도 이런 시점을 담아낸 표현일 것이다. 과거엔 이러한 삶의 방식을 가족과 이웃의 돌봄으로 지탱했지만, 핵가족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더 큰 사회복지가 필요하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소셜시큐리티 연금 자격이 생기는 시점에 맞춰 다양한 복지혜택이 준비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메디케어(Medicare), SSI(생활보조금), 그리고 저소득 고령자를 위한 메디케이드(Medicaid)다.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Medicaid에 대해 차분히 설명하고자 한다.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는 서로 이름이 비슷하고 성격도 비슷하여 많은 사람이 헷갈려 한다. 메디케어는 1960년대에 시작된 연방 정부의 의료보험으로, 소셜시큐리티 연금 가입 자격을 만족한 65세 이상 또는 일정 장애 조건을 충족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제도다. 보통 Part A(병원 입원 보험), Part B(외래 진료 보험), Part D(처방약 보험), 그리고 선택형인 Part C(Medicare Advantage)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 단위로 운영되기 때문에 어느 주에 살든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메디케이드는 연방과 주 정부가 함께 운영하는 의료복지 프로그램으로, 소득과 자산이 매우 적고, 금융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주로 주어지는 혜택이다. 주별로 자격 기준이 다르고, 주정부가 관리하며 연방이 재정 보조를 하는 구조다.
메디케어는 나이(65세 이상)나 장애 유무에 따라 수혜 자격이 결정되지만, 메디케이드는 소득과 자산 기준, 즉 경제적으로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중심으로 자격이 부여된다(예: 재산이 개인 기준 약 2000달러 이하, 부부는 3000달러 이하 등) 주마다 구체적인 기준이 다르므로, 자격 여부를 확인할 때는 반드시 주별 메디케이드 지침을 참고해야 한다.
또한 두 제도의 혜택 차이도 분명하다. 메디케어는 병원, 외래 진료, 처방약 등 기본적인 건강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요양원 장기 요양이나 가정 간호 등 일부 서비스는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메디케이드는 이러한 장기 요양 서비스를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연방과 주 정부가 비용을 부담한다. 특히 소득도 적고 재산도 제한된 고령자들이 필요로 하는 장기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면에서 훨씬 더 포괄적인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 제도를 모두 적용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dual eligible’이라고 부른다. ‘이중 수급권자’들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가 함께 지급하는 구조 덕분에 의료서비스의 비용 부담이 매우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현재 대략 900만 명 정도가 이러한 대상이며, 전체 메디케이드 수급자의 약 14%, 메디케어 수급자의 약 20%에 해당한다
메디케이드 수급 자격을 갖추려면 소득과 자산뿐 아니라 5년 이내 자산 처분 이력도 검토된다. 자산을 이전하거나 증여하는 경우, ‘look-back’ 기간 안에는 자격 상 실격 사유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메디케이드 자산 보호 신탁(Medicaid Asset Protection Trust)’을 계획적으로 활용하는 전략도 사용된다.
메디케이드는 메디케어로 커버되지 않는 장기 요양이나 개인 간호 서비스 등에 매우 유용하지만, 첫 자격 기준을 놓치면 나중에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 신청 자격을 잘 확인하는 것은 본인의 건강과 재산을 지키는 중요한 방어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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