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남자 노인들이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건강을 위한 나의 루틴”을 이야기했다. 모임에 참가한 분들은 평균 연령이 80세 전후이다. 젊어서 미국에 와서 열심히 산 분들이다. 각자 모두 다른 직업을 가졌었고, 은퇴한 지금은 경제적 여유와 더불어 건강을 누리며 사는 분들이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나눈 자신들의 건강을 위한 루틴의 특색은 두가지였다: 한가지는 누구도 똑 같은 루틴을 가진 분이 없이 각자 다른 건강 루틴을 가졌다; 다른 한가지는 모두 꾸준히 신체 건강을 위해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육은 쓰지 않으면 사라지고, 노년에는 그 증상이 더 심하다” 라는 말을 모두 믿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체조나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여는 분들이 있다. 어떤 이는 누운 자리에서 손과 다리를 굽혔다 펴며 근육을 풀고 얼굴 마사지를 하기도 했다. 한 시간씩 매일 아침 산책을 하며 하루일은 계획하는 분도 있다. 고무줄로 근력 운동을 하는 분, 아령으로 팔 근육을 키우는 분, 물구나무서기 하는 분도 있다. 일주일 주기로 규칙적으로 탁구, 골프, 공원 산책,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하는 분들이 여러분이다. 대부분 아내와 함께 운동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
한국 남자 평균 수명이 81세, 여자 평균 수명이 86세라고 하는데, 나도 남자들 평균 수명을 넘어 여자들 평균 수명도 넘게 살았다. 그것은 꾸준한 나의 건강 루틴 덕분인 것 같다. 나의 건강 루틴은 다음과 같다.
아침엔 5시 15분에 일어난다. 일어나서 바로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한다. 스트레칭 할 때 허리근육 단련을 위한 운동은 40 년 넘게 하는 이유가 있다. 젊어서 열심히 정구 며 골프를 치다 허리가 아파, 재활 운동 전문 교수가 권하는 허리근육 강화 운동을 그때부터 매일 해 왔다. 아마도 꾸준한 허리근육 단련 때문에 지금도 허리 통증이 없고 허리가 곧다는 말을 듣는 것 같다.
일주일에 두 번은 아내와 함께 등산 모임에 나가 공원을 걷는 것도 나의 건강 루틴이다. 걷기를 한 시간 하고, 이어서 맥도날드에 앉아 한 시간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리 부부의 소중한 신체. 사회·정신적 건강을 위한 루틴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LA 체육관에 가서 10여 종의 운동기구를 활용해 팔·다리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나이 건강 루틴이다. 팔 근육 운동도 이두 근, 삼두근을 위한 운동기구가 따로 있어 차례로 운동한다. 다리근육도, 발목, 종아리, 무릎, 허벅지 등 부위별로 기구를 달리해 운동하는데, 허벅지만 해도 앞·뒤·옆의 근육이 달라 기구를 따로 사용한다.
아내의 건강 루틴은 공원 산책 외에도 여러 교회의 시니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워십댄스와 라인댄스를 즐기며 활기차게 지낸다. 나는 젊어서는 정구와 골프를 즐겼고, 최근에는 피클볼과 탁구도 즐겼는데, 눈병으로 모든 것을 중단했다가 요즘은 다시 탁구를 친다.
돌아보면 내가 건강에 대해서 일찍 관심을 가지게 된 경험이 있다. 1971년, 서른 세 살 늦깎이로 달랑 몇 백 불 가지고 학위를 하려고 유학을 왔을 때, 같이 온 한 분이 미국 대학에서 개강이 시작되기도 전에 맹장염 수술을 받고 돈을 다 써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건강을 잃으면 꿈도 사라진다”는 생각이 깊이 새겨졌다. 그때부터 나는 음식과 운동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른다.
대학에서 은퇴할 때 기대하지도 않은 상금을 받아 새 차를 샀다. 상금은 30년 근무한 대학에서 하루도 병으로 결강을 한 기록이 없어, 병가를 쓰지 않았다며 보상금을 받았다. 돌아보면 그동안 건강했던 것에 감사하다. 아마도 건강을 위해서 나름 대로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은퇴 후 87세까지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었기에, 주위 사람들은 나를 ‘건강한 노인’이라 불렀다. 그런데 금년에 오른쪽 눈에 ‘스트로크’가 와서 하루 반을 입원한 적이 있다.
어느 날 산책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멕다니엘 공원이나 세틀부릿지 공원을 걷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걷는데, 한국 사람들이 제일 많아요. 한국사람들 뭐든지 열성 있고, 참 대단해요!”
“맞아요. 우리 동네 사는 사람들 중에 한국 사람들이 제일 많은 것도 아닌데, 공원에 한국 분들이 가장 많이 나와 걷고 있어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이렇게 꾸준히 움직이고 어울려 웃으며 사는 것, 그것이야 말로 우리 세대가 누릴 수 있는 건강의 비결이 아닐까?